일상에 대한 넋두리 2291

냥이_20240211

늦은 시각에 잠자리를 들면 녀석은 백발백중으로 집사 무릎에 올라와 온갖 자세로 잠을 청했다.고양이란 존재를 키우며, 성묘가 되었건 아깽이가 되었건 녀석들은 있는 그대로 행동하지만 집사 눈엔 왜 이리 귀여운지 모르겠다.그래서 집사는 늘 무릎 혹사 당한다.이렇게 무턱대고 올라와 잠들면 깨울 수 없었다.난 죄가 없는데 누명을 쓴 기분이랄까?꼼지락꼼지락.원래 잠꼬대나 몸부림이 심한 녀석인데 이렇게 불편한 자리에서도 똑같았다.순간 눈을 뜨고 집사를 째려봤고, 그와 동시에 집사도 녀석을 째려봤다.앞족발을 뻗어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기도 시작할고냥. 새해엔 츄르 홍수 터지공, 딸랑이들이 미쳐 날뛰게 해줄고냥?'

일상_20240211

왕형님이자 어르신 만나러 가는 길에 어설프지만 엷은 바람 옷가지 입고 찾아온 봄의 향기를 만났다.땅밑 동토는 깊이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봄이 데리고 온 대낮은 부쩍 길어진 자취를 남겼는데 거기에 맞춰 어딘가 숨어버렸던 길 위 작은 생명은 한둘 모습 드러내며 극적으로 봄을 마중 나왔다.아직은 황량한 겨울 잔해 속에서 조심스레 봄을 맞이할 또 다른 생명은 그 누굴까?휴일에 정갈한 공원의 정취는 그 어느 곳보다 친숙해져 버렸다.걸음 수를 채우려 한참을 걷다 여울공원까지 넘어왔는데 점점 익숙해짐과 동시에 거리감도 무뎌졌다.여울공원의 정중앙이자 화목원 한가운데 그리스식 조형물과 더불어 비정형적이면서도 나름 원칙이 있는 계단의 기하학적 배치가 정형적인 길을 연장시켰다.여울공원에 온 김에 꼭 찾아봬야 할 왕형..

냥이_20240209

햇살이 포근한 오후, 녀석은 정해진 시각에 낮잠을 자는데 실내 따스함이 더해져 쿠션 위에서 급격히 무너져 잠들었다.집안 평온의 저울은 녀석의 표정에 스며들어 나른한 전염병처럼 번졌다.겨울 햇살은 녀석에게 개꿀.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창가에서 녀석은 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잠들었다.따스한 실내 공기와 포근한 오후 햇살이 녀석에게 있어 단잠 이불이자 꿈속 친구가 되어줬다.한참을 자고 부스스 일어나 집사들 출석 체크 중.만족스런 저 주뎅이.저녁을 준비하는 집사들을 따라와 화이트 노이즈에 안심하는 녀석이었다.

냥이_20240208

녀석 또한 사람처럼 감정이 있다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의도적으로 못 본 척했는데 그게 더러운 기분의 시초였고, 그 더러워진 기분은 말 그대로 냥무시로 되돌아왔다.아! 무관심과 다른 무시가 자극이 가능하단 걸 새삼 깨달았다. 다른 집사한테 안겨서 꼬물꼬물거리던 녀석.녀석은 털 한 움큼 먹은 표정 마냥 떨떠름하게 쳐다봤다.사실 저 눈빛이 '난 만족스럽다옹~'이긴 하지만.안 자면서도 자는 척했고, 눈을 마주치면 '난 지금 편하다옹~''집사, 볼 일 없습네다옹~'어차피 결말은 같은 거 아닌가?안겨서 쉬고 싶었던 것.

냥이_20240207

새벽에 완전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묘한 압박감에 어스름 눈을 뜨자 창 쪽으로 괴물 실루엣이 보였고, 그래서 순간 악! 소리도 못하고 ㅎㄷㄷ잠에 취해 그렇게 봤는지 이내 익숙한 형체라 손을 뻗자 털뭉치가 내민 손끝에 털을 문질렀다."욘석아, 까무라칠 뻔했잖아"오후엔 컴 앞에 앉아 열중하고 있었는데 녀석이 어느샌가 그림자처럼 다가와 째려봤고, 그걸 뻔히 알면서 무시함으로써 소심한 복수를 했다.

냥이_20240204

무릎 위에서 한 시간 동안 이러고 있으면 다리는 저리고 삭신은 쑤신다.자는 녀석은 깨우기 안쓰러워 보통은 그냥 두다 깊이 잠들면 쿠션 위로 옮기는데 자는 것도 아니라면 얼마나 얄미운지 모른다.그래서 얄밉다는 표현으로 녀석을 째려보게 되고, 얼굴 싸다구 날리는 대신으로 분노의 스담스담을 하게 된다.동기는 분노의 스담인데 손끝 표현은 애정으로 바뀌는 이유?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잠들기 전의 그루밍은 필수.그래서 자겠거니 했다.근데 잠든 게 아니라 꼼지락 거리며 자는 척! 하는 잔망쟁이였다.어찌나 꼼지락 거리는 지 옆구리에 낙지 한 마리가 붙어사는 줄 알았다.그래도 결국 자긴 했고, 이 사태에 이르렀다.집사와 냥이가 서로 눈싸움 대치 중.얘는 눈 굴리기를 워찌나 잘하는지 집에서 눈칫밥 배부르게 주는 줄 알겠따...

일상_20240202

지역에서 터전을 잡았던 것들이 이제는 귀한 대접받았다.기름지고 비옥한 벌판을 만든 오산천.그 옆에서 작은 보탬이 되고, 쉬어갈 휴식이 되는 반석산.그리고 여기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행님이 되어 주신 나무와 아주 오랜 시절 종교적 유물인 석상.한걸음 걸을 때마다 만나며, 시간이 멈춘 존재들의 피나는 인내에 경의를 보내던 날이었다.동탄여울공원은 동탄2신도시에 조성된 근린공원으로 LH공사에서 조성하였다. 광역비즈니스 컴플렉스에 조성되어 주변에 조성될 고층업무복합 건물들 사이에서 도시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공원 전체면적은 325,378㎡이고, 이 중 178,100㎡의 녹지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400년된 느티나무 보호수와, 축구장, 화목원, 음악분수, 동탄 폭포, 작가정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