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235

겨울도, 눈도 끝물_20160228

그래도 여전히 겨울이다.기습적으로 찾아 오는 매서운 추위와 퍼붓는 눈은 영락 없이 '아직 겨울이거덩!' 항변하듯 풀어 놓은 긴장의 허술한 빈틈 사이로 매섭게 파고 든다.퍼붓는 눈이야 그래도 이내 녹아 버리니까 이쁘게 봐줄만 한데 추위는 말 그대로 복병한테 허를 찔리는 기분이 든다.사실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음에도 이미 추위에 대한 긴장의 끈을 한풀 늦춰 놓은 탓에 스쳐지나는 추위도 매섭게 느껴지두마 결국 큼지막한 눈송이를 펑펑 떨구어내는 눈 내리는 휴일, 추위를 이겨볼 심산으로 카메라와 음악을 들려줄 스피커를 챙겨 눈구경 산책을 떠났다. 눈 송이 자체도 들쑥날쑥인데 큰 건 목화솜 통채로 뿌리는 정도?다행히 날이 포근한 편이라 내리는 눈으로 생긴 눈꽃들이 먹는 빙수-여전히 먹는 이야기에 몰입-처럼 사각거리..

병신년 설날 연휴의 둘째 날_20160207

이른 제사 준비와 제수용품 감량(?)으로 올해는 여느해 보다 상당히 프리하다.내일이 설날이라 전날은 오전에 미리 쟁여 놓을 수 없는 생물들-나물과 떡 같은-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자전거를 이용해 배낭을 채우곤 잠시 허용되는 틈에 동네 여행에 여념 없으련만 이번 설날은 어제 미리 준비가 완료되어 부담 없이 싸돌아 다닐 수 있었다.특별하거나 뜻 깊은 여행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물 건너 갔으니까 꿩 대신 알이랍시고 큰 걸 기대하기 보단 소소하게 동네 여행으로 만족해야 겠지만서리 이왕이면 좀 이채롭게 욕구를 채우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낮엔 자전거, 밤엔 반석산 둘레길을 결정, 벌처럼 신속하고 절도 있게 준비해서 가출 단행했다. 앞만 보고 무조건 고고씽 하던 사이 벌써 오산천변 자전거길의 최북단인 기흥동탄IC로 ..

병신년(?) 설날 연휴의 첫 날_20160206

여느 날과 달리 마지막에 필요한 제수용품 몇 가지를 후다닥 구입하고 그냥 퍼질러 쉴까 하다가 늦은 밤에 저녁을 쳐묵하고 반석산 둘레길로 밤 산행을 갔다. 산이라고 해봐야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매끈하면서도 제법 고도를 지그자그로 한 덕에 둘레길 산책이 쉽게 싫증나지 않는 매력이 있더구먼.일순간 적막해진 도시를 한발짝 뒤로 물러서듯 인적이 없는 반석산 둘레길로 돌격! 명절이면 어김없이 동탄은 급 조용해져 도로조차 지나는 차가 거의 없을 만큼 한적하다.반석산으로 걸어가는 길에 썰렁한 도로가 이제는 눈에 익었는지 여유롭게 한 장 찍어봤다. 노작마을에서 둘레길에 진입하여 시계반대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조악하지만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진행한다.빌라와 카페가 밀집한 노작마을이 둘레길 우측에 빼곡히 펼쳐져 있다. 둘레..

머나먼 삼척 원덕_20151225

가족 여행이라고 찾아간 삼척은 사실 대가족이 이동하기에 거리상으로 무리일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자유로운 시간은 성탄절 당일 뿐이라 여행에 익숙치 않은 가족, 특히나 아이들이나 오마니께선 녹록치 않은 고행길과도 같을 수 있겠다.성탄전야에 서둘러 퇴근한 뒤 일행들을 재촉하여 출발할 무렵엔 이미 9시가 넘어 암흑이 잔뜩 끼인 오지를 둘러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부지런히 고고씽 했지만 도착은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 1시가 막 지나서 였다.그나마 흥림산 휴양림의 넓직한 숙소를 이 몸이 애시당초 예약한 덕에 말끔히 피로를 풀고 이튿날 오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삼척 원덕으로 출발~영양 흥림산 휴양림은 첩첩산을 넘어 비교적 오지에 있는 자그마한 휴양림이라 힐링하기엔 제격이었다.이미 올해 세번째 방문이라 내..

산중에서의 차 한 잔, 백년찻집_20151212

팔공산 자락에 고급 음식점이 즐비한 곳에서 오랫 동안 장수하는 백년찻집을 처음 간 건 새천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중 경주 보문단지에서 감포 넘어 가는 옛길이 지나는 추령재 고갯마루에도 우연찮게 있다는 걸 알고 2007년 찾아갔더랬다. 특별히 그 집 차향이 그립다거나 강렬해서라기 보단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돌아가고 있단게 참 기특하고 대견해서 대구 간 차, 으슥한 밤에 찾아갔고 비교적 늦은 밤임에도 멀리서 알아 볼 수 있을만큼 톡특한 풍광의 빛을 은은히 발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사람이 올까?왠걸!출입구 가까운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자리엔 이미 찾잔이 놓여져 있고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오고 갔다.들어가는 입구부터 공간공간 놓여져 있는 소품들이 예전과 별로 변하지 않았다.그런 뚝심..

겨울 나기_20151212

서슬퍼런 겨울의 첫자락은 그리 날카롭지 않다. 하여 사람들 발길이 뜸한 강변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잠시 강바람에 땀을 맡길 무렵 거대한 오리떼가 평화의 시간을 보내는 광경이 들어찬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것 같다가도 일사분란하게 방향을 틀곤 다시 바람을 따라 흐르는 모습이 제법 절도가 있다.잔뜩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 강바람은 그리 호락하지 않건만 그 모습은 그저 훈훈한 미풍의 착각마저 들게 한다. 봄에, 가을에 그랬던 것처럼 겨울 또한 쉬고 등 돌리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세상의 이치련만 늘 우리는 현재의 핍박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그렇다고 시간은, 계절은 기다림도 없고 다만 동정의 귀띔만 해줄 뿐이련만.

일상_20151206

몰아서 폭풍잠을 자고 일어나자 이미 정오를 지나 있었고 방바닥 헤엄을 떨치고 자전거 타러 오산천으로 고고씽~ 올 봄부터 새로운 자전거 코스로 잡은 오산 시내를 관통하는 오산천 고수부지(참조:오산으로 자전거 첫 출정_20150509)는 이제 자전거 핸들이 습관적으로 돌아가는 곳이라 더 이상 새롭다거나 사진으로 남겨둘 만큼 이채롭지는 않다.그저 일상에서 늘 접하는 편안한 곳일 뿐. 돌아 오는 길에 남은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는 쉼터가 있는데 대략 산척저수지를 연결해 주는 송방천이 큰 강의 오산천과 만나는 곳이다.한적하면서도 사방이 트여 있고 그러면서도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귀로점과 같은데라 음악을 조금 크게 틀어 놓더라도 누구 하나 방해 되지 않아 그 잠깐의 여유에 커피도 한 모금하며 가쁜 숨을 진정시켜주..

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기대했던 일들에 반하여 아쉬움도 크다면 떨칠 수 있는 노력은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사북 하늘길이 막혀 버려 검룡소를 가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멋진 눈꽃 세상을 보게 되어 내 마음 속의 프랑켄슈타인이 간땡이가 커져 버렸다.그 표정을 알아 차린 일행의 제안으로 망설임 없이 함백산 자락에 얹혀 살아가고 있는 오투리조트로 날아갔다. 큰 산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튼 태백시내가 어렴풋이 보이는데 대기가 조금 뿌옇긴 해도 검룡소에서 내린 눈발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하늘은 아이의 눈망울처럼 맑기만 하고 앞으로도 눈비는 커녕 먹구름조차 개미 똥꼬만큼도 보일 기색이 없었다.망원으로 찍어서 가깝게 보이지 실제 라섹수술하지 않았다면 태백시내는 보이지 않았겠지.멀리 오렌지색 건물들이 청정지역 태백의 대기를 뚫고 해맑게 ..

한강의 세상 만나기, 검룡소_20151128

작년 11월 말에 정선 하늘길 트래킹(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을 다녀온 후 몰아 닥친 한파는 마치 내 여행길을 자연의 배려로 착각했고, 올해도 비슷한 시기인 11월 마지막 주말을 이용해 여행 계획을 잡으며 의례히 축복을 자만했건만 이번엔 그런 자만을 비웃듯 여행을 터나기 하루 전에 한파가 복병이 될 줄이야.그렇더라도 내 꿋꿋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벱이라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실은채 신고한터미널로 3시간 반 동안 날아갔다.동서울에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리즈로 꿈 꾼걸 보면 한 주 동안의 피로 회복엔 더할나위 없는 명약 처방이었다.이번 숙소는 고한과 사북의 길목에 자리잡은 메이힐즈 리조트.원래 하이캐슬을 선호한데다 원래 여행의 코스가 하..

계명산 만추_20071117

동면에 들어간 나무처럼 하드디스크 안에서 오랫 동안 잠자고 있던 사진들 중에서 8년전 요맘 때 충주 계명산에서 찍은 만추의 전경이 있었다는 사실**+ 멋진 가을이 계명산에 놀러 온다는 걸 알고 통나무에서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지형의 등고차가 심해 충주호를 바로 발치에 두고 있는 휴양림이기에 호수와 그 너머 크고 작은 무수히 많은 산들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 늘 여긴 예약이 쉽지 않다.2007년 11월 17일이면 토요일인데 아마도 16일 금요일에 통나무 집에서 하루 기거하고 다음 날 계명산 산책로를 따라 눈으로 그 빼어난 자태를 기억으로 쌓아 두었을 거다. 통나무 집 안에서 창 너머 바라 본 충주호는 바로 발치에서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어 자칫 폭탄주 쳐묵하고 까불면 바로 굴러서 충주호수를 만질 수 있을..

추억의 사색 201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