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355

일상_20200121

허구헌날 잠만 자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길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건 마음의 안정이 선행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녀석은 안식처로 생각하고 있나보다. 모든 가족들이 잠자리를 청할 때 녀석도 졸졸 따라오고 달라 붙는게 그래서 도리어 고맙고 다행이다. 이런 녀석들을 지금까지 미워했고 하찮게 여겼다는 생각이 들자 세상 모든 냥이들한테 송구스럽기까지 했다. 늘 키우던 댕댕이와 마찬가지로 녀석들도 고귀한 생명인걸.

일상_20200119

녀석 이름은 코코. 왠지 간단하고 부르기 쉬워야 녀석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은데다 때마침 코 옆으로 코 흘리는 무늬라 ‘코’에서 ‘코’를 흘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오전에 후딱 병원을 데리고 가서 충분히 마취를 깨운 뒤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멍한 듯 두리번 거리는 걸 보면 바뀐 환경에 아직 적응을 못한데다 난생 처음 병원이라는 비호감 가득한 공간에 있다 와서 아직 정신이 얼얼하겠다. 다행이 큰 병은 없고, 체질적으로 건강한 아메리카 숏헤어 품종에 온순한 숫컷이라 금새 적응 할 것 같다. 벌써 아무 가족에게나 품으로 파고 들어 골골거리는 것보면 녀석도 적극적으로 정 붙이려 하는, 일종의 천성이겠지? 추측하건데-보호소장의 추측-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생이별한 뒤 사람 손에 길러지다 병원비가 부담스..

여주에서 맺은 또 하나의 인연_20200118

작당을 꾸민 건 반 년 전부터. 원래 고양이를 싫어했었다. 그도 그럴께 어릴 적 어른들로 부터 쇄뇌 당하다시피 들었던, 고양이는 간사하고, 주인이 필요없다고 판단되면 주인을 버리고, 귀신을 부르고, 혼자 지내는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에 대한 삐뚤어진 시선으로 자리 잡았고, 그게 왜곡되었단 것조차 몰랐던데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어릴 적 시골에서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키웠지만 곡식과 사료의 주범인 쥐를 잡기 위한 가장 좋은 처방이 고양이 이상은 없고, 그런 쥐잡이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서 인간과 동격화 시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나는 고양이한테 린치를 가한다거나 죽여야 되는 대상으로 생각한 건 아니고, 그저 눈에 띄이는 고양이한테 힘껏 발을 굴러 저리가라는 위협 정도만 했..

오도산 휴양림에서 마지막 시간_20191126

전 날 비슷한 시각에 오도산 휴양림으로 첫 발을 디딘게 아쉬울 만큼 하루 시간은 금새 지나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첫날은 휴양림을 통틀어 우리 뿐이었고, 이틀째 접어든 날은 비록 집 한 채 불이 켜져 있었지만 조금 떨어진 곳이라 첫째 날과 진배 없었다.산에서 맞이하는 초겨울 추위라 기온도, 분위기도 싸늘 했는데 그나마 마당 한 가운데 덩그러니 불빛을 밝히던 녀석이 유일한 세상의 빛과 같았다.늘 그렇듯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서성이다 밤하늘 총총한 별을 카메라로 담았지만 기대했던 은하수는 보이질 않고, 시간이 지날 수록 구름이 삽시간에 몰려와 하늘을 덮어 버렸다. 별은 밝지만 은하수가 보일 정도로 별이 빼곡 하게 박혀 있지 않았고, 점차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물론 도시나 수도권 어디..

일상_20191020

휴일이라 센트럴파크 일대 공원은 가을 나들이 시민들로 꽤나 북적거렸다.아마도 동탄 신도시 내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산책 중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대부분 가족, 연인, 친구들 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벤치에서 쉬거나 나처럼 산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었는데 계절이 주는 시기 적절한 나들이 타이밍에 맞춰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해 있었고, 며칠 전 방문했던 분수대 부근 꽃밭을 다시 찾았다. 이런 화사한 것! 작지만 핑크뮬리가 제 색깔을 발산하고 있다. 카메라를 챙겼음에도 가방에서 꺼내기 귀찮아 아이폰으로 찍었다. 카메라를 끄집어 내어 깨알같은 꽃을 찍는데 가을 바람에 맞춰 요 앙증맞은 꽃들도 살랑이느라 제대로 사진 찍기 쉽지 않다.때마침 나비 한 마리가 꽃에 앉아 가을볕을 쐬고 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살랑..

특별한 풍경에 평이한 식사_20190322

안동 호반 휴양림에서 곧장 넘어와 봉화에 들릴 심산이었으므로 미리 끼니를 채우기로 하고 청량산 초입에 들렀다.오던 중 고산정에 들릴까 하다 허기를 호소하는 가족에 대한 배려로 급한 불을 끄자는 심산이었는데 막상 도착해서 음식을 먹으려니 영업 중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몇 바퀴 돌다 대문이 열린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 가능 여부를 묻고 자리를 잡았다. 전통 가옥을 살짝 개조한 식당은 출입문부터 특이해 옛날 집을 연상케 했고 내부는 쥔장의 정성이 가득했다.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니라 평은 할 수 없지만 손이 무척이나 많이 탄 인테리어라는 건 금새 알 수 있고, 그런 만큼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써야 이런 작품이 나올까 싶기도 하다. 식당 내부로 들어가기 전, 주변을 살펴 보면 청량산의 특별한 위용을 바라 볼 수 있다..

오래된 정겨움, 여수_20190116

여수란 도시는 제법 넓다.왜 그런고 하니 파편화 때문인데 과거 여천과 합쳐져 사이즈는 꽤 큰데 적재적소에 위치한 산이 도시를 파편화 시키면서 이동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편하면서 헤메는 수고로움을 덜어 낼 수 있다.게장 동네에서 조금 늦었지만 점심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버스를 이용해 다음 목적지로 잡은 해양공원과 고소동 벽화마을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곧장 한 번에 가는 차편이 없어 서시장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건너가 환승을 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시장에 내려 북적대는 도로와 사람들 사이에서 버스를 기다린다.큰 봇짐을 지어 매고 같은 버스를 타는 어르신 물품을 대신 들고 차에 오르는데 빈 소쿠리 더미라 양에 비해 무게는 홀가분하다. 버스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인 해양공원, 특히 밤바..

충주 수안보에서 만나다_20180807

업무로 발목 잡힌 명수형은 못 뵙고 3명이 수안보에서 걸판지게 마시고 호텔에서 골아 떨어졌다.수안보는 과거 명성에 비해 많이 퇴색 됐지만, 밤이 되자 네온 불빛이 시골 마을 치곤 꽤나 휘황찬란했다.이튿 날, 난 늦잠을 원했는데 새벽부터 일어나 부산스럽게 나누던 대화 소리에 부시시 깨어 버렸다.수안보에 들린 건 지나는 길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신 것 외엔 딱히 기억에 없어 처음으로 하룻밤 숙박을 하게 된 건데 과거에 성행 했던 곳이라 마치 과거 8,9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기분이었고, 그렇다고 낙후 되었다는 느낌보단 정감이란 표현이 더 맞겠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주차장에 나와서 주위를 둘러 보던 중 철장 안에 갖힌 하얀 고양이를 보게 되었고, 괜한 측은함에 다가가자 이 녀석도 내게 다가와 철장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