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태백 철암역에서 협곡열차 타고_20240406

사려울 2024. 6. 16. 22:11

다시 찾은 철암에 변한 것은 단 하나, 바로 겨울이 물러난 자리에 봄이 들어와 한층 온화한 정취로 변모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선로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았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철암천은 두텁던 얼음 대신 신록의 희망에 잔뜩 부풀었다.
어느 하나가 좋다는 느낌보다 산골 마을 계절이 주는 묘한 매력을 함께 체득한다는 게 계절마다 특색 있는 푸짐한 밥상을 거나하게 즐긴 기분 이상이었다.
다만 열차 이용과 식솔이 많아 시간대가 애매한 바람에 철암에 1시간 정도 머문 걸로 만족해야지.
꾸준하게 몰리는 사람들로 인해 꽈배기를 시켜 포식하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 예약한 열차 출발이 임박했고, 돌아오는 길에 승부역, 양원역에 잠깐씩 들러 감질 맛 나는 간이역 구경에 비해 순도 높은 오지를 편하게 앉아 정독하는 재미는 비할 바 아니었다.

철암역은 영동선의 철도역이자 석포역과 함께 영동선에서 여객 업무와 화물 업무를 모두 취급하는 역이다. 참고로 분천역과 같은 역들도 화물 업무를 했으나, 현재는 하지 않는다.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동태백로 389(철암동 370-1) 소재로 2022년 2월 1일부터 역에서 승차권 발매를 중단해서 인터넷 예매나 차내발권을 해야 한다.
철암역이라는 역명은 이 동네에 철도가 개통된 이후 강릉 방면으로 약 4km 부근에 쇠돌바위라는 기암괴석이 형성되어 그 경치가 훌륭했고, 그 이름을 따서 동명을 철암(鐵岩)이라고 칭한 데서 비롯되었다.
[출처] 철암역_나무위키
 

철암역

파일:철암역 스탬프.jpg 철암역의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전국에 석탄의 열기를 실어 나르다 193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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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까지 가는 동안 함께 한 가족의 눈빛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 중인 호기심으로 번뜩였다.

그리 긴 구간이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철암역에 도착했고, 얼마 전 방문이라 역을 빠져나오는 감회는 무척 익숙했다.

또한 과거 영화를 말해주듯 철암역사는 탁 트인 실내가 시원스러웠다.

철암역에서 빠져나와 약속이나 한 듯 곧장 탄광역사촌 뒷켠으로 이동했지만 다리가 불편한 가족을 위해 무리하게 전망대까지는 가지 않고, 신설교 다리 위에서 탄광마을의 지난 역사를 유추했다.

여전히 흑백 사진이 어울리는 탄광역사촌이었다.

전망대 아래 없던 두상이 어느새 그려져 있었다.

전망대도 부담이 되는 가족을 위해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 탄광역사촌은 겉으로만 둘러보고 철암 로컬푸드샵 방향으로 이동, 추억의 꽈배기집에 들렀다.

이때 다른 가족들의 연락으로 때마침 봉화에 있어서 저녁 식사를 같이 즐기자는 말에 1시간 후 분천역으로 향하는 V-train 열차를 예매했다.

1시간이 긴 것 같지만 꽈배기집에 대기자가 많고, 조리 시간이 길어 주문한 꽈배기를 받았을 때는 이미 시간이 넉넉하지 않게 남았다.

꽈배기집은 인심이 좋았다.

급한 손님한테 양보했다고 덤으로 꽈배기를 주는 구수한 인심 좋은 곳인 데다 저렴하고, 부드럽고, 식감도 쫄깃했다.

봉화에서 다른 가족들과 조우하기로 해서 추가로 먹었던 세트를 똑같이 하나 더 주문했는데 역시나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야 제맛이었다.

꽈배기를 두 차례 주문하고 받는 사이 1시간은 금세 흘러 고양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바로 철암역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는 출발했다.

독특한 열차 객실 내부엔 추억과 오지 탐방에 대한 감상에 젖는 사람들이 대부분.

철암역에서 열차를 타자 실내엔 반 이상의 좌석이, 특히나 계곡 방향으로 배치된 좌석은 완전 들어차 있어 전면 배열 좌석으로 예매할 수밖에 없었지만 열차가 운행 중엔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자리를 옮기며 계곡을 둘러보기 때문에 좌석 배치는 큰 의미 없었다.

다만!

쉽지 않은 여정길에 오른 분들 중 몇몇 분들은 여행이 아닌 열차 내에서 고성의 열띤 토론(?)을 하는데 그런 분들은 제발 야외나 다른 사람들이 없는 장소에서 토론했으면 좋겠다.
본인들이야 쥐어뜯고 싸우든, 서로 욕을 하든 별 관심 없는데 대화 내용을 큰소리로 공유하려는 건 흔한 표현으로 폭력이며,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다.
입장 바뀌어도 태연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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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첫 번째 정차한 곳은 승부역으로 철길 너머 계곡 자락엔 봄의 전령사,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었다.

승부역에서 전을 부쳐서 파는 어르신의 반려생명인데 어찌나 장난꾸러기인지 약 10분간 정차하는 열차 이용객이 승부역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자 어르신이 녀석에게 돌아다니지 말고 오라고 해도 천방지축이었다.

그래도 인물과 풍채는 어마무시하게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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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양원역, 양원역입니다.

화장실 가실 분은 알아서 싸질러 주시고, 열차 출발 전까지 알아서 돌아오든가 말든가 하시길 바랍니다~

양원역에 도착하여 앞서 승부역과 마찬가지로 10분 대기를 했는데 그 시간이 정말 훌쩍 지나가 버렸다.

지난달 트레킹했던 플랫폼 옆 낙동강 세평하늘길과 함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또한 일대 풍경과 함께 작은 추억을 되돌아보며, 그렇게 짧은 협곡열차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다른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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