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봄의 정점에서 눈이 내린다, 태백 오투리조트_20200412

사려울 2021. 9. 8. 04:48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려 창 너머엔 마치 수묵담채화처럼 첩첩으로 설산의 풍경이 연출되었다.

4월은 봄의 정점 이건만 기온은 혈기왕성한 동장군의 위력 못지않게 열린 창을 파고들어 뺨을 스치는 바람은 제법 날카로운 추위의 칼을 휘둘렀다.

눈길의 위험을 피할 요량으로 사람들은 서둘러 태백을 떠났고, 봄눈의 절경을 맞이하려는 나는 아득한 함백산으로 출발했다.

2015년 11월에 텅 빈 함백의 설국을 밟았던 이후 그 당시와 절묘하게 일치되는 정취와 추억을 표류하고자 처음 의도와 다른 함백으로 발길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2015년에도 오투리조트에 올라 첩첩한 산을 따라 함백을 갔던 만큼 처음엔 기억에서 조차 먼지 자욱하던 추억이 기습적인 눈발로 떠올랐다.

비교적 이른 아침에 창을 열자 밤새 내린 눈이 자욱했는데 간단한 아침 요기를 끝내고 다시 창으로 다가서자 두터운 구름이 자욱이 나렸다.

이른 아침과 달리 눈폭탄을 머금은 구름이 산 중턱 숙소와 비슷한 높이에 걸려 있다.

지금까지의 눈은 그저 서막에 불과할 뿐.

밖은 서둘러 태백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분주한 소음이 창을 타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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