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가운데 홀로 깨어 밤새 분주한 파도는 적막을 집어삼킨 채 지칠 줄 모른다.
그럼에도 소음이 아닌 자장가로 거듭나 긴 여정의 끝에 경직된 신체를 이완시켜 준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파도처럼 행복의 물결이 넘실대는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밤이다.
밤에 도착하여 처음 맞는 적막에 밤 산책은 접고 숙소 베란다에 나와 쉴 새 없이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이따금 창 너머에 반짝이는 등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휴전선과 접경 지역이라 늦은 밤이면 출입이 통제되는 해변은 환한 불빛만이 자리를 지키고, 이따금 비치는 등대 불빛이 불현듯 외로움을 알려줬다.
이러한데 해변 앞 작은 섬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독한 고독에 시달렸을까?
오래된 시설이라 내부에 오래된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특히나 주방기구들은 낡은 데다 관리가 되지 않아 완전 기름에 찌들어 미끈하면서 냄새도 고약했다.
회사 복지프로그램 덕분에 미리 예약했지만 여긴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이 될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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