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봄의 전주곡, 여주_20200304

사려울 2021. 8. 11. 04:45

섣부른 봄소식 같지만 향긋한 미각의 여운을 남기는 봄나물이 시나브로 지천에서 자리를 잡고 봄의 전령사를 자처했다.

동면이 한창이던 식욕이 플라시보 효과 마냥 봄나물로 인해 군침이 돌고 허투루하던 땅이 숭고해지던 순간, 남한강 두물머리에 부는 세찬 바람에도 부드러운 촉감이 뺨을 어루만진다.

억겁 동안 한강이 조각해 놓은 예솔암을 마주하면 숨가쁘게 달려오던 능선이 견고한 솜씨로 절단된 광경에 잠시 동안 넋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의지와 이성을 압도하는 자연의 이치라 그 앞에선 경건해진다.

여주 들판에 그림 같은 전경 앞에서 춘곤증이 밀려온 마냥 나른하다.

뿌리가 조금 질겨지는 시기지만 지금 아니면 올해 냉이 먹기는 어렵다.

은사 덕분에 한자루 뜯어 챙겨 풍성한 밥상을 꾸밀 수 있겠다.

지천에 널린 봄나물 중 쑥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니는 길 한가운데 보란듯이 싹을 틔웠다.

며칠 지나면 너를 만나러 와야지.

흥원창과 예솔암이 마주한 두물머리에 서서 등이 떠밀릴 만큼 세찬 바람과 함께 강변을 거닌다.

천리를 달려온 한강에 합류하는 강은 섬강과 청미천 되시겠다.

절단된 듯한 지형의 예솔암은 제법 위압감을 줄 만큼 거대하고 미려하다.

 

강가에 서서 세찬 바람에 강이 쉴새 없이 출렁이며 마치 강을 거슬러 노 젓는 착각에 빠져든다.

우측 멀리 영동고속도로가 보이고 그 아래를 흘러온 섬강은 먼길 달려와 한강과 합류하는 이곳에서 예솔암의 자태에 그윽한 미소로 봄 내음을 감상할 수 있겠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차로 예솔암까지 달려와 이제는 온화한 바람의 온도 속에서 봄의 콧노래가 몽롱하게 울려 퍼지며 겨울의 시간은 기억에 두는 대신 봄의 기대를 맘껏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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