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그 겨울의 따스함, 반석산

사려울 2014. 2. 25. 02:15

예년보다 따스했던 이번 겨울, 지난 주말에 카메라를 동여 메고 산책 삼아 발길 닿는 대로 겨울이 녹기 시작하는 길을 밟아 보았다.

물컹대면서 발을 서서히 집어 삼킬 듯한 그 질퍽한 길은 여느 길들과 달리 산처럼 사람들이 많이 부비지 않는 곳에 있을 것만 같았고 급하게 약속한 듯 반석산으로 내 발걸음은 따라 가고 있었다.



온 방바닥을 돌아 다니며 헤엄을 치다 뒤늦게 나온터라 반석산에 오를 무렵엔 서산으로 해가 바삐 넘어가는 중이었고, 발걸음을 재촉하다 뒤를 돌아 보니 해는 스모그에 가려 희미한 윤곽만 남긴 채 서쪽 하늘을 불태우고 있었다.



반석산 봉우리에 올라 싸락나무로 만든 빗자루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이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주위 바닥에 널부러진 낙엽이며 오물들을 책임질 파수꾼이라 생각하니 그 품새가 늠름해 보이기까지 한다.



반석산 봉우리에서 오산천을 향해 내려가는 계단.

동탄 신도시가 생긴 역사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것 같은데 비교적 정갈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잘 관리도 되고 있지만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도 아끼는 길임에 틀림 없다.

하산 길엔 이미 해가 서산을 넘은 때라 카메라가 광량의 갈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오산천에 내려와 사진을 찍는 새 산책로 가로등 불빛이 켜진다.

그러면 카메라 설정도 바꾸되 먼저 감도를 올려야겠지.



낙엽을 물들인 주범(?)



오산천 너머 제2동탄 신도시 중 핵심 지역인 시범단지 아파트 공사 현장이 보인다.

우남건설 아파트가 바로 한눈에 보이는 건 경부고속도로 지나 바로 그 아파트가 첫 줄을 서 있기 때문일 거다.



오산천변 산책로를 오면 잘 지내나 잠시라도 늘 지켜 보던 유일한 폭포(?)

다른 곳에 쌓인 눈이며 얼음들은 계속되는 따스한 날씨에 대부분 녹아 버렸지만 여긴 수량이 꾸준했던 만큼 얼음이 두텁게 얼었기 때문에 다 녹지 않았을 거다.

폭포(?) 너머 물이 흥건한 것 보면 얼음 아래로 숨어서 흐르는 물이 있을 거고.



오산천이 오산을 향해 흐르던 중 잠시 쉬어 가는 곳.

강 폭이 비교적 넓직한 곳이라 오리나 철새들이 머무르는 곳인데 산책로 가까이엔 억새풀이 하나의 군락을 이루고 강 너머엔 제2동탄 신도시가 점점 그 모습을 갖추려 한다.

역시나 우남 아파트가 가장 먼저 한눈에 들어 찬다.



완전히 해가 지고 땅거미만 남은 때라 가로등 불빛이 점점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한다.

일렬로 늘어선 가로등이 평온한 강물에 비쳐 흐트러짐과 동시에 묵묵함도 보여 준다.



노작마을을 지나 다리 밑 운동기구가 모여 있는 곳 가로등 하나가 휘영청 밝게 보인다.

삼각대가 없는 나들이라 이 사진을 끝으로 손떨림이 전부 반영되어 부득이 마지막 사진이 된 주인공.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 기구들도 심심해 할 거다.

그래도 인내하며 늘 같은 모습이다.

짧은 시간 동안 찍은 사진들이라 대부분 화사함이 부족하지만 이것도 하루의 시간이요 내 친구들인 만큼 블로깅 해야 되는 소재들이다.

그 말은 곧 내 소중한 것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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