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389

안양 학의천 오리와 냉면

지난 휴일에 들렀던 안양에 학의천이란 비교적 멋진-강물은 하수도 냄새가 그윽했스- 하천 공원이 있어서 티워니를 들고 간 덕에 쉬고 있던 오리를 담게 되었다. 오리의 낭창하고 건방진 표정은 볼 수록 압권이라... 인근 도로가 주말 휴일에 갓길 주차가 허용되는 구간이란다.그럼에도 차는 거의 없어서 반신반의로 슬며시 주차해 놓았더니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조~타!'얼릉 차를 모셔 놓고 옆에 녹지로 스며 들어가 보니 이런 멋진 버드나무가 바람에 살랑인다. 그 버드나무와 무성한 풀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 보니 아담한 강이 나와 바로 찾아 보는 센스~학의천이구먼.아이와 아이 엄마가 무언가를 보고 돌다리에 앉아 한참을 응시하는데 그 뒷모습엔 어린 아이가 나오진 않지만 알콩달콩한 행복의 단상 같다.한참 아이와 사이 좋게..

휴일에 맞이하는 일몰

올 겨울을 정신 없이 보내다 보니 밤낮의 길이가 유연하단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겁나 해가 길어 졌구나!' 싶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서산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는 일몰을 엑백스로 후다닥 잡아 낚아 채 버렸다. 귀차니즘에 계속 되는 무보정 사진들의 행렬.그래도 엑백스를 믿기에..비교적 서늘한 바람에도 해가 점점 길어지는 건 겨울의 아쉬움과 봄의 설레임의 징표겠지?하늘이 맑기만 하다.

창 너머 겨울

유리창에 눈이 쌓이고 그 너머 길엔 알알이 추억이 쌓여 간다.길을 따라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설렘은 밝혀진 가로등 불빛 만큼 휘양찬란하겠지? 문득 어릴 적 작은 방의 쪽창 너머 세상을 살포시 덮어 가던 눈들이 세상 모든 추악함을 가리고, 춥지만 포근했던 바깥 세상 풍경의 설렘을 알송달송 옛추억을 하얀 도화지에 그리듯 흑백 영사기를 삐그덕대며 돌려서 숨겨져 있던 기억 중 한 송이를 회상케 해 준다.그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지난 날의 소중한 기억들이여!

한 때 살았었던 둥지

음성 금왕 소재 제약 회사에 다녔었던 2006년 당시 숙소였던 광일아파트를 광혜원 출장 중 잠시 틈을 이용해 가 봤었다.생각보단 변화의 파도를 잘 방어했는지 그 당시 기억과 비교해 봤을때 달라진 건 거의 없었고 현관을 나와 건물을 벗어난 정면에 펼쳐져 있던 광경도 시간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외엔 그대로였다. 주위 들판에 비해 조금 높은 지대에 들어선 곳이라 아파트를 막 나오면 정면에 바로 이런 탁 트인 전경이 나온다.그 시절, 에헴... 담배를 핀답시고 이 들판을 무쟈게 감상했었는데 그렇다고 담배 꽁초를 생각도 없이 밖으로 튕겨 내던 그런 싸가지 바가지 같은 짓은 안 했단 거~ 기특--;;계절의 변화가 이 들판에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내가 근무할 당시 무진장 폭설이 내려 이 들판의 한 운치 했었다. 여기가 ..

안성 죽산의 산중 식당

대부분의 생활을 서울과 동탄에 갇혀 있는 와중에 아주 가끔 생활 동선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행차하실 때가 있다.그 중 안성 죽산의 산중에서 잠깐이지만 저녁을 거나하게 먹었던 근래의 좋았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부득이 카메라를 못 챙겨 아이폰5s로 어두컴컴해지는 저녁 풍경을 담았고 떠나지 않는 아쉬움으로 인해 시간이 지났지만 논해야 될 것이여~ 식당에 도착할 무렵 해는 이미 기울었지만 땅거미가 비교적 많았다.빈약한 폰카이긴 하나 아이뽕의 밝은 렌즈 덕분에 빛이 적은 곳에선 전작과 비교해 노이즈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이번엔 더 실감할 수 있었던 기회랄까?근데 아이뽕 자랑할 자리는 아니고 안성 죽산의 칠장산자락에서 저녁을 먹었던 주변 풍경을 논하려 함이다.저녁을 먹었던 곳은 너와골인데 여타 다른 산중의 식당들처럼 ..

손님 맞을 채비, 봄손님?

미세먼지다 황사다 해서 한동안 연일 대기가 뿌옇게 흐렸었고 바깥 나들이가 흔치 않을만큼 시간 여유가 없는 나로썬 휴일에 별 기대감이 없었다. 근데 토요일까지 걷힐 것 같지 않던 뿌연 대기가 이튿날인 일요일이 되자 거짓말처럼 화사한 단장을 했고 난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동여 메고 집을 나섰다. 센트럴파크-메타폴리스-반석산이 연결된 라인에서 반석산으로 오르는 계단, 동탄신도시 홍보관을 지날 무렵 빌딩숲 사이로 화창한 날씨를 인화지에 도색하듯 상반된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자기들 이야깃거리에 심취한 채 계단을 오르며 봄방학 마지막 날에 대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새로이 상급 학교로 가서 만난 친구는 아닐게다.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봄방학 마지막 날..

가을과 닮은 금호강의 겨울

약속이 잡힌 지난 주말, 모처럼 대구에 갔고 그 참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금호강변을 달렸다, 자전거로~ 요 근래 특히나 혼탁했던 서울 하늘에 비해 이 곳에서 보낸 이틀 동안 하늘은 맑고 상대적으로 하늘의 청명함도 더 푸르렀다. 금호강변 동촌유원지에 터줏대감으로 있던 구름다리는 이제 없어졌더라. 작년 가을에 왔을 때만 해도 있었던 거 같던데... 대신 세대 교체를 예감했던, 나란히 강을 건너던 새로운 구름다리가 이제는 완연히 자리를 잡았으니... 겨울 갈대와 만나 나풀거리는 갈색 물결의 응원을 받들고 그 위용이 사뭇 당당해져 보인다. 살짝 자리를 옮겨 한 컷 더~ 갈대밭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었더니 괜찮구먼. 허나 여기 지나는 사람들이 많아 어설프게 쪼그린 자세를 보곤 뭥미? 하는 표정들. 빌린 ..

떠오르는 해의 윤곽

아침에 암흑을 걷고 세상을 향해 솟아 오르는 태양은 늘 바쁘게도 움직인다. 부끄러움일까? 잠시 동안이라도 끊임 없이 새로운 옷으로 단장하곤 열심히 검푸른 하늘에 열기를 불어 넣는다. 겨울왕국에서 따스한 얼음 마법을 부리는 엘사의 시시각각 변하는 옷처럼 차갑게 보이지만 종내는 따스한 하늘에 종지부를 찍어 주는, 자주 보면서도 쉽게 지나치는 일출은 감각 기관에 항상 아름다움을 지각시켜 준다.

그 겨울의 따스함, 반석산

예년보다 따스했던 이번 겨울, 지난 주말에 카메라를 동여 메고 산책 삼아 발길 닿는 대로 겨울이 녹기 시작하는 길을 밟아 보았다.물컹대면서 발을 서서히 집어 삼킬 듯한 그 질퍽한 길은 여느 길들과 달리 산처럼 사람들이 많이 부비지 않는 곳에 있을 것만 같았고 급하게 약속한 듯 반석산으로 내 발걸음은 따라 가고 있었다. 온 방바닥을 돌아 다니며 헤엄을 치다 뒤늦게 나온터라 반석산에 오를 무렵엔 서산으로 해가 바삐 넘어가는 중이었고, 발걸음을 재촉하다 뒤를 돌아 보니 해는 스모그에 가려 희미한 윤곽만 남긴 채 서쪽 하늘을 불태우고 있었다. 반석산 봉우리에 올라 싸락나무로 만든 빗자루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이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주위 바닥에 널부러진 낙엽이며 오물들을 책임질 파수꾼이라 생각하니 그 품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