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전주, 아니 한국의 대표 먹거리 비빔밥_20191010

사려울 2019. 10. 14. 18:28

전날 전주 한옥마을 다녀 오는 길에 임실 현대옥에서 저녁을 해결 했는데 일찍 소등하는 시골에서 유독 그 불빛이 눈에 들어올 만큼 밝은 활기가 느껴졌고, 동탄이나 전주 현대옥을 생각하고 갔다가 그만 겹겹이 실망하고 말았다.

남부 시장식은 팔팔 끓이지 않고 그냥 따끈한 상태로 바로 줍줍해도 되는데 뜨거움에 가려진 많은 맛들이 조화롭게 입안에서 맴도는 특유의 구수함이 좋아 자주 먹건만 완전 끓인 상태로 나온다.

분명 남부 시장식이라 했건만 실수를 한건지 이 매장만 그런건지 몰라도 사정 없이 보글대는 시각적 실망에 더해 콩나물 양은 고작 위에 살짝 덮어 놓은 정도로 빈약했다.

밥이 모자라면 더 떠먹어도 되는데 문제는 전체적인 빈약함이지 밥의 양은 아니다.

이른 추위에 따스한 분위기와 달리 내용은 실망하고 자리를 떴고, 이튿날 늦은 기상으로 서둘러 곧장 전주로 넘어 갔다.



내 기준에 전주에서 비빔밥 맛집은 큰 의미가 없는게 어디를 들어가도 최소한 평타 이상은 보장된다.

밥과 반찬들이 하나같이 입안에 짝짝 달라 붙는 맛과 푸짐함은 거의 기본이다.

아무래도 전주와 비빔밥은 하나의 고유 명사화 되어 특산물처럼 취급되는 고로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유명 비빔밥집은 가격이 비싸고, 그리 친절하지 않아 미각을 호강시키는 걸로 생각해 버린다.

이번에 찾아간 집은 우석대 한방병원 앞 한일관.



양은 적은 편이고 가격은 단돈 1만원.

좀 늦은 점심 치곤 사람이 많지만 다행히 주차 공간은 넉넉해서 수월했다.

떡지거나 지나치게 꼬들하지 않아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도 골고루 잘 비벼지고, 나물과 밥의 비율은 참 좋다.

슬쩍 비비다 입안에 군침이 흘러 대충 비비면서 먹어 어설프게 섞여 있지만 숟가락으로 뒤적거리며 먹는데 입안에 재료 각각의 식감이 잘 살아 있으면서 어느 하나 튀거나 존재감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과하지 않게 맵고 간도 약간 싱겁긴 하나 소금 끼가 적으면 이내 입맛은 거기에 적응하기 마련이고 조금 싱거운 간으로 인해 재료의 특징이 억눌리지 않아서 좋다.

소스가 충분해서 추가적으로 국물을 한두 스푼 넣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촉촉해서 먹기도 좋고, 비비기도 좋다.

희안하게 전주에 그 많은 비빔밥 식당들이 저마다 특징이 있는 만큼 규격화된 맛이 정해진 게 아니라 쉽게 물리지도, 찾아 가는 재미도 있다.

내가 만약 전주에 산다면 일 주일 만에 오동통한 체형으로 변신하지 않을까?

그렇더라도 일단 의식 하지 않고 늘 과식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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