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00513

사려울 2022. 8. 4. 21:39

화사한 봄볕이 소나기처럼 나리던 저녁 무렵에 찾아간 냥이들 그라운드엔 이제 낯익었다고 몇몇 냥이들은 반가운 인사를 건네준다.
익어가는 봄과 함께 맑고 깨끗한 대기가 걷는 내내 따라와 덩달아 기분 좋은 여세를 몰아 곧장 냥이들한테 찾아가자 인기척을 느끼고 한둘씩 모여드는데 낯선 녀석도 포착되고, 평소 무척이나 경계가 심하던 녀석이 유례가 없을 만큼 가까이 다가와 밥을 허겁지겁 먹는다.
그와 함께 온순한 뚱냥이도 바짝 거리를 좁히며 경계를 다소 느슨하게 풀어헤친 날이기도 했다.
아주 가끔 댕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오는 분이 계시는데 냥이들이 다 같이 자세를 낮추고 한참을 응시한다.
좋은 뜻으로 접근하신 분이겠지만 행여나 싶어 그 자리에 서서 주시하는데 나로 인해 불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뜬다.
별일 없겠지?

냥마을 인척 어딘가에서 늘 자리 잡고 있는 카오스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데 갈수록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거 보면 생명의 정이란 게 명쾌하진 않더라도 추상적인 정의는 가능할 거 같고, 한 편으론 녀석 또한 굶주림 앞엔 약해지긴 하나보다.

치즈뚱이 가족.

치즈 태비는 오로지 어미 바라기라 치즈뚱이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

경계심이 제법 많으면서도 성격은 쾌활한 태비.

요 녀석은 잊을만하면 얼굴을 들이민다.

워낙 불쌍해서 좀 챙겨 줄려 다가가는 척!만 해도 워매! 냥 살려 줍쇼! 하고 도망가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무척 굶주렸을 때 어디선가 나한테 울어댄다.

그럼 대충 어디쯤에 밥과 물 한 컵 두면 홀라당 비우고 다시 유유히 사라지는 녀석이다.

끝물 봄이라 이른 더위가 가끔 촉수를 불쑥 내미는데 여전한 냥마을 평온은 내게 있어 잠시 휴식과 같은 일상이 일부분이 되어 버렸고, 역시 또 한 번의 치유를 챙길 수 있었다.

가을이려나 착각이 들게 하는 붉디붉은 단풍에 석양이 비킨다.
그토록 아름답던 꽃복숭아는 도리어 붉은 꽃잎이 지고 새로운 나기에 여념 없다.
가을을 기다리기 위한 필연, 봄의 싱그러움은 만물의 출발이며 역동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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