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398

근린공원의 새벽

내 귀한 친구 우한이를 오랫만에 만나 사진 하나 찍지 못한 채 잠시 그 친구를 다시 만나기 전 혼자서 덩그러니 앉아 있던 근린공원 새벽 풍경만 쓸쓸히 찍혔다. 술잔을 열심히 기울이느라 반갑고 정겨운 사람을 찍지 못해 혼자서 미안하고 면목이 없는 이유는 그 친구가 내게 있어서 평생 동안 남아 있을 사람이고 끝까지 붙잡아 놓을 사람이기 때문이다.내 주위에서 모습은 변해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이 친구이자 나도 이 친구에게 편하지 않길 간절한 존재가 되도록 겸손을 잃지 말지어다.

9월24일 미완성한 채 남겨진 글과 사진

초저녁 어스름에서 가을 냄새가 나고 그 냄새의 청량감에 이끌려 땅거미 조차 완전히 대기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을 흔적들을 집요하게 찾아 헤매었다.가을은 색깔에서만 암시를 실어 주는 것이 아닌가 보다. 비 뿌리는 전날 퇴근 길에 요행히 들고 갔던 카메라가 부지불식간에 젖어 드는 가을의 증거물들을 교묘하게 포착해 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내 눈에도 그 기운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신록의 비슷했던 톤, 습했던 냄새와 감촉들에 지루함을 느낄 새라 자연은 서막에 불과할 뿐이라고 조소하듯 여름과는 확연히 다른 냄새, 색깔, 감촉의 짜릿한, 그러나 전혀 갑작스럽지 않게 적절한 기회를 만들어 폐부까지 그 넘치는 에너지를 한껏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씩 입고 있던 옷의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외투처럼 다가 온다. 편식하거나..

아버지 산소, 그리고 가족들과...

지난 초 여름에 자전거를 이용해서 혼자 온 이후 모처럼 찾은 아버지 산소. 이번엔 혼자가 아닌 누나 식구들과 같이 움직였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찾은 산골짜기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었고 일행들 또한 설레는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공원 묘지 관리 사무소 뒷편에 강아지 한 마리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웃거리길래 다가갔더니 올 듯 말 듯 하면서 도망가 버린다. 조카들이 강아지가 이 쪽으로 갔다는 말에 봤더니 대가족이 오손도손 살며 어쩌다 지나는 길손을 반가워 하듯 꼬리를 사정 없이 흔들어 댄다. 원래 사납게 짖어 대는 개가 몇 마리 있었는데 작년부턴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이 순둥이만 남아 지나는 사람마다 꼬리를 흔들어 대더니 이렇게 떡!하니 귀여운 강아지를 거느리게 되었고 강아지들도 덩달아 사..

원주 오크밸리

지난 주 잠시 다녀 왔던 원주 오크밸리. 여긴 조경이 참 이쁘고 멋지다.나무가 있어야 될 자리며 풀들과 건물들의 조화를 보고 있노라면 노심초사한 흔적이 보인다. 거기다 여길 간 그 날, 하늘과 구름이 왜캐 이쁜기야!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쉼 없이 아쉽고 안타깝기만 했다.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며칠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하다. 아뿔사~!

야심한 산책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자마자 스원야릇한 바람을 맞으러 집을 나섰다. 비교적 서늘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오는 그 냄새에 끌려 정처 없이 방황하길 약 2시간 가량.아직은 나뭇잎사귀들이 울긋불긋하진 않지만 머지 않아 그리 변할 것처럼 이파리 끝부터 녹색이 빠져 나갈 조짐을 보인다. 세찬 바람으로 주변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려 상이 제대로 잡히지 않지만 유독 은행나무는 꼿꼿하다.밤에 도시의 조명에서 뻗어 나온 희미한 빛들이 은행잎을 투과하자 고운 빛깔이 묻어 나와 꽃의 화려함을 부러워 하지 않는 꼿꼿함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나무가 있는 와중에도 그 색상의 투명함으로 인해 한눈에 봐도 눈부실 만큼 돋보인다. 동탄국제고 뒷편에 사람들이 떠난 을씨년스런 놀이터에도 나름대로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나..

대구 강정보 자전거 여행

강정보가 보고 싶진 않았다. 돈 지랄 떨어 놓은 작품에 대한 경외심보단 증오심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으니.그럼에도 강정보를 택한 이유는 금호강 따라 가는 길의 가장 현실적이고 선명한 성취감이 강정보였기 때문이고 작년 라섹수술 후 그 부근, 다사까지 갔다가 지치고 지친 나머지 강정보는 내 목적지가 처음부터 아니었다는 자기 당착에 빠져 뎁따시 큰 아메리까~노 한 잔만 마시고 돌아 왔기 때문에 남은 숙원(?)도 풀 목적이었다.토 욜 점심 즈음, 동촌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 출발 하자 마자 수 년 동안 그냥 방치해 온 아양철교의 새로운 단장이 보여서 한 컷.뭔가 싶어 구글링해 봤더니 명상교로 탈바꿈 한단다.명상교?다리는 그대로 둔 채 유리로 마감하여 전망대와 전시관으로 만든다네? 한 쪽에선 이렇게 비둘기..

연휴 마지막 날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 뭔가 특별하고 의미 있게 보내야지 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건만, 개뿔. 다른 일상과 별 다를 바 없었다.어찌 보면 연휴가 시작하기 전과 시작 직후엔 설레임으로 하루하루가 짜릿하고 스릴도 있었지만 절반이 넘어갈 수록 끝나서 또 다시 일상에 접어들 근심(?)으로 소심해져 버린 건 아닌가 모르겠다.늘상 맞이하는 주말, 휴일이 그랬으니 연휴가 길더라도 그런 기분은 매 한가지겠지.치열하고 분주한 일상이 있기에 그런 감정은 끊임 없이 반복될 것이고... 센트럴파크와 인접해 있는 중심 상가 지구 내 샤브향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모처럼 월남쌈을 먹었다. 저렴한 건 좋지만 종업원들의 표정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 같다.인상 좀 펴고 살지...식사 후엔 바로 센트럴파크 커피빈에서 한 사발 땡기고. 센트..

지난 4일 연휴 동안

영원할 것만 같던, 손 꼽아 기다리던 연휴도 벌써 4일이 지나 이제 하루 남았다. 이런...회사 동료들이 놀러 와서 어제는 술판 벌이고 잡설도 나누고..첫 이틀 동안 틈틈히 산책하면서 찍어 놓은 사진들도 그리 많진 않지만 보고 있으니 솔솔한 감회도 뛰쳐 나온다.물론 사진 편집은 귀차니즘으로 무보정! 해가 지자 성급한 달은 벌써 세상 나들이 중이다. 라마다호텔 부근 인공 폭포(?)초저녁에 활동하면 아직은 등골에 땀이 맺혀서 일까? 물이 보여 주는 하얀 찢어짐과 세차게 부딪히는 소리에 청량감이 느껴진다. 센트럴파크에서 반석산으로 올라가는 지점은 대부분 조용하기만 하다.부근에 몰려 있는 고층빌딩과 대조되는 쓸쓸한 풍경이다.반석산으로 올라가는 굽이굽이 뻗어있는 계단에 잠깐 올라 고층 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선 곳으..

조용한 한가위 연휴 첫 날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제수용품 마련 한답시고 커피빈에서 한 시간 가량 트윗보다 그냥 발길이 닿는대로 간다는게 반석산 산책로로 향했다.연휴 첫 날, 한가위 전 날이라 공원은 사정 없이 텅~! 비어 버렸다.산책로를 가는 중간중간 사진을 찍었는데 우째 사람이 전멸했다.노작공원에서 부터 동탄 나들목까지 가는 방향. 가는 도중에 길을 넘어 온 칡꽃.모처럼 보는 꽃 봉오리가 칡 답지 않게 아름답고 우아해 보인다.원래 칡꽃은 이쁘면서 향도 좋지만 벌레가 많다.제수용품이라는 특명만 없어도, 그리고 엑백스만 있었어도 유유자적하면서 느긋하게 사진도 찍고 주위도 감상했을 것을... 호랑나비가 들꽃에 앉아 식사에 열중이다.여기 일대가 민들레도 많고 햇볕도 따사로워 호랑나비가 꽤 많던데 사진 찍으려고 아이뽕을 들이 대기 무섭게..

소소한 산책

명절을 앞 둔 휴일이라 할 일이 많다. 게다가 늦잠을 자고 집에서 니적니적 거리다 보니 어느새 하루 한 나절에 거의 반나절 흘러 버려 뒤늦게 하나로마트로 산책삼아 걸어가 커피 한 잔 후 미리 구입할 수 없는 나물이며 괴기들을 장만했고 돌아오는 길에 기회다 싶어 사진기를 끄집어 냈는데... 별로 찍은 게 없구낭. 가는 길에 만난 적적해 하는 벤치들과 서서히 가을 옷을 갈아 입으려는 나무와 하늘.가을이라 그런지 조용한 거리와 버무려진 이런 풍경들이 유난히도 고독하게 느껴진다. 도착해서 커피 한 잔 꼴깍하곤 열시미 장을 보던 중 뉘집 아이인지 자매가 하나씩 차를 타고 마트에서 구입하려는 먹거리들과 워낙 다정한 통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급히 아이폰으로 담아 뒀는데 뒤에서가 아닌 앞에서 찍지 않은 아쉬움이 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