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봄이 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던 건 동네에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산수유와 망울이 영글어가는 매화, 그리고 땅에 넙쭉 달라붙어 있는 새싹 덕분이다.
초봄 기운이 완연하던 일요일이라 가벼운 차림으로 동네를 나섰고, 길 옆에 쉽게 눈에 뜨이는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화사한 봄소식이 망울을 뚫고 세상 구경을 시작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향해 햇살 양분을 듬뿍 담고 있는 매화꽃망울.
산수유는 벌써 꽃을 틔우기 시작했다.
매화보다 산수유가 더 빠르구나.
겨울을 지낸 앙상한 나뭇가지에 봄꽃은 한눈에 시선을 잡아 끈다.
나무뿐만 아니라 땅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기지개를 펴고 겨우내 간직했던 컬러를 뽐내기 시작했다.
단지 봄이 되어 그들의 본질에 충실할 뿐인데 그 모습에서 작은 행복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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