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냥이 마을_20200409

사려울 2021. 9. 7. 04:18

코코 식사를 나눠주고 잠시 앉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힌다.

앞서 식사를 주신 분이 넉넉하게 쟁여 둔 덕에 한 녀석도 빠짐없이 끼니를 채우고도 남았다.

예년처럼 외출과 여행이 신중한 만큼 횟수는 부쩍 줄어 반사적으로 야간의 조용해진 틈을 이용하거나 평일 사람들이 뜸한 기회를 이용하게 되는데, 코로나19가 누그러질 때까지 마스크와 소독제를 챙기며 나로 인한 책임감도 빼놓을 수 없어 불편을 감수해야지.

그런 의미로 냥이 마을 여행은 갑갑한 마음의 멋진 해소를 제공해준다.

불편이 익숙해지면 일상의 수준이 되지만 집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챙기고 되뇐다.

냥이 마을에 구내식당.

녀석들만의 식사 서열이 있어 그걸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

가장 경계심이 많고 겁이 많아 형제들이 다 먹은 뒤에야 귀를 쫑긋 세우고 나타나는 이쁘니는 그래서 볼수록 안쓰럽다.

검정 얼룩이와 형제라고 믿기 힘든 만큼 서로 성격이 완전 반대로 검정 얼룩이가 소탈하고 붙임성이 엄청 많다면 녀석은 완전 반대라 식사도 서열이 낮은 데서 오는 불이익이 많다.

다른 냥이들이 먹는 걸 멀찌감치 지켜보며 식사를 기다리는 이쁜 삼색이는 대신 예민해서 다른 냥이가 다가오면 가끔 하악질은 날린다.

차례를 기다린 냥이가 앞서 식사를 끝낸 녀석들이 물러나자 살금살금 다가온다.

삼색이와 치즈는 부부 지간인지 함께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냥이 마을에 거의 매일 온다는 분인데 간식을 나눠주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인지 녀석들이 몸을 비빈다.

멀리 카오스 녀석은 검정 얼룩이와 이쁘니 어미라고, 또한 치즈 얼룩이와 삼색 태비는 가슴이 하얀 치즈 뚱냥이가 어미라고 귀띔해 준다.

검정 얼룩이와 치즈 얼룩이는 냥이 마을의 인싸며 더불어 가장 먼저 식사를 하면서도 붙임성에 있어서 상당히 친화적이다.

아직은 녀석들에게 있어 낯선 방문자라 녀석들은 적당히 거리를 둔다.

완전 성격 좋은 검정 얼룩이.

삼색이가 식사를 하는 동안 뒤에서 기다리는 치즈.

반면 요 녀석은 식사를 다 끝내고 나서도 다른 그릇을 기웃거리며 한입씩 먹다 잠시 소화시키는 중.

냥이 세계에 서열은 있다지만 두 군데 식사를 덜어주기엔 녀석들이 많아 밥봉지 통째 삼색이한테 내밀자 고개를 박고 와그작와그작 식사를 해댄다.

삼색이 식사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는 치즈.

치즈는 온통 치즈 색깔이지만 치즈 뚱냥이는 가슴은 하얗고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식사를 끝낸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녀석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참견한다.

한 번도 화내는 걸 못 봤는데 어미 덕분에 높은 서열인지 아니면 정말 쌈짱인지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치즈 얼룩이와 삼색 태비의 어미인 치즈 뚱냥이는 자세히 보면 치즈와 외모와 털 색깔이 구분된다.

처음엔 다 같이 보였는데, 마치 우리가 서양인들 외모가 다 슷비슷비해 보이는 것 같은 거 랄까?

냥이 마을에서 노작 마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홀로 있던 삼색이는 '로즈'라는 목걸이를 달고 있다.

가져온 밥은 소진됐고 남은 건 츄르 하나뿐이라 녀석한테 줄 심산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이내 사라져 버린 녀석이다.

아직은 녀석들이 경계하는 만큼 얼굴을 내민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고장에서 함께 공존하는 게 중요할 뿐이고, 다만 이렇게 왕래하다 보면 녀석들도 마음을 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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