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2

대청호의 바람이 머무는 곳, 명상정원_20220902

문화의 힘, 소외의 껍질을 깨고 관심의 노른자를 일깨워줬다.위태로운 비탈에 의지한 마을이 바다와 더불어 재조명받는 시대, 그게 이성적으로 용납되는 시대에 접어들자 질펀한 수풀의 텁텁한 장벽이 거대한 호수와 더불어 재탄생했다.복잡한 호반의 지형은 그들만의 소외에 익숙해져 세상과 유구한 단절에 떠밀렸건만 집요한 문화의 포옹에 더는 버틸 재간 없이 습한 증오를 깨부수고, 햇살 자박한 정원에 길을 그렸다.때마침 옅은 대기의 창이 열리자 비로소 바람의 언어가 들린 날이었다.명상정원은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 부근에 2020년에 조성되어 현재 대전시 동구를 대표하는 대청호 관광명소가 되었다. 어린이, 노약자 등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이 명상정원까지 이어져 있고 정원 내에 전망 데크, 전통담장 등이..

20140920_가을을 잡으러 가자

불현듯 가을을 가지고 싶다는 무모한 욕심이 생겼고 마치 그 욕구를 실현한 착각에 빠져들자 한술 더 떠서 어떤 가을, 어디 가을을 가질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에 빠질 무렵 어차피 내가 가질 가을이라면 철저히 고립되어 가공이 덜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뺏기지 않는 멀고 접근성이 불편한 곳을 선택해야 겠다는 내 나름의 용의주도한 착각에 빠졌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울진. 바다에도 가을볕이 들까?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듯 죽변 후정해수욕장으로 계획도 없던 발걸음을 돌렸더니 강렬한 햇살에 사람들이 모두 증발해 버렸다.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고 오로지 혼자 전세 내어 놓은 사람 마냥 모든걸 다 가진 기분. 동해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심연의 파란 바다와 하늘이 이종교배하여 더 깊은 파랑의 수평선이 너무도 선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