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정감 어린 간이역, 군위 화본역_20240412

사려울 2024. 7. 1. 01:13

군위를 떠나기 전 마지막 여정은 화본역으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흥행이 한몫한 곳이었다.
그런 걸 보면 문화 컨텐츠의 위력은 문명의 파도에 떠밀린 간이역을 특별한 존재로 재탄생시킬 만큼 파급력은 실로 어마했다.

화본역은 중앙선의 철도역으로 대구광역시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11-9에 소재한 역으로 국가철도공단 공식 소개 문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소개되었다.
인근 지역에서는 여객열차 역보다는 관광지로 더 유명하며, 군위 거주자나 철도 동호인이 아닌 이상 아예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간이역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24년 이후에는 실제로 더 이상 열차가 정차하지 않게 되는데, 이는 중앙선의 복선 전철화와 함께 선로가 산성면 윗동네인 의흥면으로 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의흥면 연계리로 이설될 역은 군위역.
역사와 급수탑 등 193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여러 방송과 영화에 출연했는데, 많은 편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MBC 일요 드라마 극장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2010년 10월 3일): 극 중에서는 '미강역'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 KBS 1박 2일: 시즌 2(2012년 10월 28일)와 시즌 4(2021년 7월 18일) 촬영장소로 주변 마을까지 촬영했다.
● MBC 손현주의 간이역(2021년 2월 27일/3월 6일):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장소를 이 역에서 촬영했다.
● SBS TV동물농장(2021년 11월 21일, 1045회): 항상 역 광장에 있으면서 사람을 좋아해서 졸졸 따라다니는 웰시코기 강아지 1마리 이야기를 담았다. 참고로 그 강아지는 '제이크'라는 이름의 주인이 있는 강아지.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재하(류준열)가 옛 여자친구를 떠나보내는 장면의 배경이었다.
● '드린지홍박사'의 2019년 3집 'Black Hull Side' 앨범 아트 배경이기도 하다.
● JTBC 닥터 슬럼프 (2024년 2월 4일)
[출처] 화본역_나무위키

화본역

공식 홍보 영상 중앙선 의 철도역. 대구광역시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11-9 (화본리 1224-1)

namu.wiki

화본역에 도착하자 제법 차량과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가장 먼저 한 건 이른 더위로 갈증을 삭히기 위해 화본역 앞 도로가 카페에서 스원한 아아를 주문하여 한 잔 때렸는데 맛은 더럽게 없었다.
때마침 단체로 한국 관광객과 일본 관광객이 밀려드는 바람에 번잡해진 카페를 빠져나와 스원한 카페 앞 테라스 그늘에서 먼 길 달려온데 따른 한숨을 돌렸다.
화본역에 돌아와 순간 조용해진 역사 광장에서 천천히 거닐며 사진을 담았는데 오래된 역사와 달리 주변은 정갈하게 다듬어져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철도가 가진 감성을 채우기 충분했다.

철도역 광장 옆은 작은 공원으로 다듬어져 있었는데 그 모습 또한 거추장스럽지 않게 단아한 모습을 유지하며, 공원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생각보다 찍은 사진이 많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공원에는 폐열차를 재생시킨 카페도 있었는데 그날은 휴무였다.

작은 울타리 너머 화본역 플랫폼이 봄옷을 입었다.

평일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들렀다 떠났었는데 유명세를 이용해 1천원 입장료 상납?
나는 특별한 추억이 있어서가 아닌 호기심으로 왔기 때문에 굳이 플랫폼에 입장하지 않았다.
차라리 2008년 5월 18일 방문 기억이 있는 성문 형태를 한 탑리역이었다면 모를까.
또한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얼마 전 방문했던 분천역, 승부역이나 정선역, 황간역처럼 철도 만의 '그 때 그 시절' 감성이 진득한 것도 아니었다.

역사 내부는 가급적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정취들을 잘 버무려 놓았고, 인생샷을 위한 커플이나 가족들에겐 그들만의 취향에 맞을 수도 있겠다.
다만 역사나 플랫폼 여기저기에 명시된 것처럼 철길 위에서 인생샷을 찍다 영정사진이나 위법 인증사진이 될 수 있었다.
'선로 위 사진촬영 및 무단통행금지 - 위반 시, 철도안전법 의거 과태료 30만원 부과'란 문구가 실태를 경고하는 것 같았다.

역사 천정에는 이런 멋진 그림도 있었다.

사람들은 오래 머무르지 않아 일시에 몰려들었던 사람들도 일시에 빠져나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담담한 시골 역사의 풍경을 담기엔 어려움이 없었다.

화본역을 빠져나와 군위읍으로 가는 길에 갈림길에서 무척 아름다운 복숭아 농장의 꽃이 보여 잠시 차량을 세우고 멀찍이 감상했다.
더불어 귀여운 뒤영벌의 분주함도 함께 담고 싶었지만 들판에 부는 바람이 흔들어 놓는 통에 녀석이 가만있질 않아서 불발되었고, 곧장 출발하여 중앙고속도로에 올라타 안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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