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색

전원주택단지의 광풍, 평창 봉평_20041110

사려울 2024. 5. 22. 00:36

해발 고도 700m가 인간의 주거 환경으로 최적이란 상식이 통하던 시기, 재벌가 별장도 강원도 700m 산속에 하나씩 갖고 있어 누구나 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은 너나할 거 없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로 몰리던 시절이 있었다.
강원도 중에서도 영동고속도로가 관통하여 적당히 접근성이 좋고, 그렇다고 서울과 가까이 달라 붙어 있으면 수도권의 공해가 적나라게 넘나들어 적당한 거리도 필요한 그런 곳, 바로 평창이 뜨거운 감자였던 시절에 분양사무소의 전세버스를 타고 평창으로 갔었다.
평창이 워낙 넓어 특히나 사람들이 많이 찾아 실제로 개발 열풍과 더불어 기대감까지 고조되었던 곳, 봉평으로 출발할 때부터 추적추적 만추의 비가 내렸었는데 영동고속도로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비포장길과 포장길을 번갈아 산 아래까지 가다보니 거짓말처럼 전원주택 단지가 눈에 밟히고 또 밟혔다.

개인적으로 전원주택을 조성한 사람들보다 대부분은 기업을 통한 단지 개념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한 가구 당 작은 마당도 딸려 있어서 정원으로 꾸민다거나 아니면 농지로 꾸미는 건 각자 자유로 처음 샘플 삼아 구경을 간 곳은 방치시킨 정원이었다.
사유지 외엔 대부분 국유지로 그 경계엔 어설프게 줄을 이어 울타리로 사용했었는데 중요한 건 꼬불꼬불 흐르는 여울을 끼고 있어 만추의 정취에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자연 여울을 그대로 두고 바로 맞닿아 단지들이 형성되어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해야만 제대로 분양이 된단다.

분양사무소에서 몇 년 전 만들어 분양했다는 곳은 목적지 초입에 있었는데 뭐든 그렇지만 이렇게 꾸며놓으면 뭔들 안 좋아 보이겠나.
다만 여긴 주거지와 여울 사이 주차장 용도의 공터가 있어 물소리 듣는 걸로 만족해야 되겠다.

옆 전원주택엔 내가 좋아하는 댕댕이가 있었는데 어찌나 순하던지.
그래서 강원도에 있으면 누구나 다 이렇게 순해지는 게 아닌가 착각도 들었었다.

단지 하나를 대충 둘러본 뒤 다음 단지로 이동했는데 바로 여울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아마도 여기가 구 버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신버전으로 기억한다면 확실히 전원주택 열풍으로 유럽풍 가옥이 대세였었고, 특히나 그 형태는 급변했다.

분양 예정인 필지는 길이 더이상 연결되지 않은 곳으로 버스에서 내려 잠시 걸어야만 했었다.

만추의 보슬비가 내려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의 정취는 무슨 말로 표현될까?

여울과 우측 전나무숲 사이에 조성될 전원주택 단지는 규모가 꽤 컸었는데 중요한 건 분양이 거의 되지 않았다는 것.
가격이 무척 비싼데다 전원주택 열풍에 편승한 사기 열풍이 한차례 휘몰아 닥친 터라 사람들이 쉽게 주머니를 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봉평 골짜기 구경 넘나 잘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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