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냥반, 요즘 왜캐 늦게 기어들어와?
도통 추워서 말이지.
여기서 나를 품어 주던가, 아님 날 안고 쇼파에 앉게나.
낮에 집사 얼굴 오랜만에 보네, 그려.
가까이 와서 등 좀 두들겨 보게나.
말귀를 참 못 알아듣네.
등 두들기고 품어 달랬지, 이런 걸 덮으랬나?
노답일세.
봄을 한아름 따다 입에 넣자 새벽의 시원하면서 향긋한 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물론 사유지에서 딴 진달래라 위태로운 비탈길이라도 맘 편하게 땄지만 벌레가 눈에 종종 띄인다.
꽃 씻은 물에 까만 벼룩 같은 게 동동 떠서 통통 튀어 다닌다.
먹기 전에 신중하게 봐야 되겠다.
냥이가 냉큼 다가와 호기심을 나타내다 자기 취향이 아닌지 나중엔 시큰둥해지고 대화하는 입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꽃에서 까만 벌레들이 나와 흐르는 물에 씻어 널어놓자 녀석이 다가와 사슴처럼 목을 쭉 빼고 검수하는 자세를 취하며 호기심을 드러낸다.
한참을 그렇게 자리를 지키다 관심을 접고 대화하는 입에 관심을 옮긴다.
녀석을 혼자 두고 하루 종일 자리를 비웠으니까 좀 놀아주려 하자 이내 알아채고 몸을 숨기는데 제 딴에는 숨긴 몸일지라도 이렇게 눈에 잘 띄어서야...
의자에 스크래칭을 하는 폼이 얼마 가지 않아 의자 시트 작살 날 각이다.
한참을 쫓아다니다 지칠 무렵이면 여행 백팩 위에 굳이 자리를 잡고 눕는다.
이 순간 눈이 마주치면 무릎이 함락당한다.
수년 동안 집사의 땀에 절은 백팩이 제 자리인 줄 안다.
녀석이 기분 좋고 흥에 겹다는 건 혼자서 열심히 쫓아다니다 사람 체취가 있는 자리를 차지해서 쉬고 있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장난감 하나 던져도 그걸 도화선으로 혼자서 계속 쫓아다니며 가까이 다가가 "코코 신났네"라고 하면 더 신이 나 통통 쫓아다닌다.
다행이라면 층간 소음이 없어 그냥 방치해 놓아도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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