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하늘 아래 가을 나린 태백, 정선_20141018

사려울 2015. 8. 5. 01:33

빠듯한 버스 시각에 쫓겨 부랴부랴 동서울 터미널로 눈썹이 날리도록 갔더니 다행히 여유가 있어 여행의 출발이 순조로웠다.

아무리 사북고한이 도로가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먼 땅.

허나 출발의 설렘은 그런 고충도 외려 스릴감이 있다.



다음날 숙소로 잡았던 하이캐슬 리조트.

신고한터미널에서 밤 늦게 도착하여 일행들과 만나 미리 잡아 놓은 콘도미니엄인데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깨끗하고 주변 풍광도 좋다.

특히나 강원랜드 뒷편의 더 높은 고도에 덩그러니 혼자 있어 내려다 보는 야경은 나름 소박한 감탄사도 나올 정도.

이튿날 푹 쉬고 일어나 정선 소금강으로 출발 전 나의 편안한 휴식을 책임줘 준 고마움으로 한 컷~

그러고 보니 전형적인 가을 답게 구름 한 점 없는 높고 청명한 하늘이여라~




숙소에서 출발하여 소금강으로 가는 길목에 지나칠 수 없는 절경이 있으니 몰운대 선수 입장!

2004년 초봄에 처음 들렀을땐 증산역에서 정선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왔었지만 그 이후 몇 번을 올땐 불편한 교통을 감수하지 않고 직접 차를 몰고 왔었던 곳이다.

언제나 봐도 다리가 후덜덜, 콧물이 찔끔하는 절벽 위에 섰을때만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인데 그 날도 눈팅에 빠져 사진은 제대로 담질 못했다.

주위 가을 풍광을 담았어야 되는데 난 맨날 좋은 곳만 오면 짱구가 되니...

절벽 위의 고사목은 여전한 자태다.



고사목에서 바라 본 옆 절벽 위의 정자는 너무 멋진데 그 날은 거기에 가지 못했다.

왜냐?

숙소에서 늑장을 부리는 사이 시간이 촉박했으므로.



몰운대에서 빠질 뻔한 턱을 추스리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해 간 곳은 비교적 가까이 있는 소금강이다.

기암 절벽과 곳곳에 소나무며 가을을 수 놓는 알록달록한 물 빠진 나무들은 가희 절경인데 해가 절정인 곳에서 역광을 감수하며 펼쳐진 절경들이라 사실 사진은 하나 같이 제 빛깔을 상실해 버렸다.

길 따라 꽤 긴 구간이 이런 절경이라 턱관절과 올려다 봐야 되는 탓에 목관절에도 무리가 가련만 항상 이 곳에 서면 그런 고통은 깡그리 잊어 버리기 일쑤다.



가을 답게 나무들이 각각의 미리 준비했던 옷차림으로 단장하고 계신다.

그 틈바구니에 끼인 바위들은 마치 화장과도 같다.



한데 어울린 이 풍경을 직접 보고 감탄을 밷지 않을 수 없지.

바위 조차도 그저 평범한 광물의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위해 빚어 놓은 필연이다.



소금강 산책 중에 무당벌레 한마리가 날아와서 발칙하게도 팔꿈치에 앉았다.

다행히 내 살따구가 보송보송하고 뽀샤시해서 올려 놓아 보아요~

이렇게 보니 무당벌레가 귀엽고 번들하게 보이네!!



화암약수를 지날 무렵 곱게 물든 은행 밑을 한 가족이 오롯이 지나는 뒷모습이 소담스럽다.



정선읍에 들어와서 막무가내 산책을 하며 이제 잊혀지려고 준비하는 옛 흔적들도 보인다.

전화번호 국번을 보니 80,90년대의 자취 같다.



장날이면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 텅 비어 있어 다른 도시를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관광객들로 붐비고 넘쳐나는 소리로 붐비고 각종 볼거리와 먹거리로 붐비는 이곳은 정선 장터에 만남의 광장과도 같은 곳이다.



어느 관공서 옆을 나란히 지나는 은행나무에 가을이 점점 깃들어가는 빛결이 화사하다.



보고 싶다, 정선아~



강 뚝방길에 올라 정선읍을 내려다 봤더니 도시 이름처럼 다소곳하게 보인다.



정선 외곽을 지나는 국도.

도시 사방이 이런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포근한 느낌은 세월이 지나도 전혀 변질되지 않았다.



산책 중에 밭 한가운데서 쉬고 계시는 냐옹이는 얼마나 좋은 걸 드셨길래 살이 오동통 올라 있는데 휴식을 방해할까 싶어 얼릉 망원렌즈로 담곤 바로 자리를 떴다.




시골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담벼락 화단표.

바람에 찰랑거리는 그 눈부심이 미간을 간지른다.



이 길 따라 쭉가면 가리왕산과 평창 미탄면이 나온다.

어떻게 아냐고?

지인 전원주택이 가리왕산을 넘어 높은 비행기재를 지나면 바로 미탄면 창리에 있어 종종 갔었으니까. 




정선에 가면 허기를 달래는 식단이 바로 곤드레나물 밥 아니것능가.

늘 가던 동박골식당에서 거나하게 한 끼를 작살내고 바로 옆에 처음 본 아리커피에서 식후까지 단박에 해결했지.

아리커피의 어둑한 조명이 비추는 내부는 흔한 것들로 흔치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커피 맛은 그저... 허나 잠시 쉬어가는 여정길에 만난 이 쉼터는 커피향보다 더 향긋하고 시간의 색상들을 더욱 맛깔스럽게 다듬기에 충분했다.

그 소소한 감동을 나는 끊임 없이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S:소금강과 화암약수로 이동 중에 아아뽕으로 찍어 놓은 동영상을 아이무비로 편집했더니 멋진 작품(?)이 되었구나, 음하하하..

이것도 같이 올려 놔야지 아구가 딱! 맞아 떨어져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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