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쓸쓸한 망우당의 밤_20170503

사려울 2017. 7. 25. 22:29

오랜만에 찾아 온 대구는 아부지 찾아 뵙고 미리 예약해 놓은 인터불고 호텔로 도착, 그 사이 해가 서산으로 기운지 한참을 지난 깊은 밤이 되어 버렸다.

오마니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카메라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챙겨 바로 옆 망우당 공원으로 행차 하셨는데 언제나 처럼 여긴 밤만 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적막의 공간으로 단장해 버린다.

(망우공원 야경_20150403, 산소 가는 날, 봄도 만나_20160319)





영혼이 없는 누군가가 나를 째려 보는 낌새에 올 때마다 깜놀한다.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 공원에 흐릿한 조명 뒤 동상은 자주 오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처럼 가끔 들리는 외지인은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분명 밤에 누군가 여기에서 나처럼 놀라 자빠진 사람이 있을 거야.



텅빈 공원에서 음악을 튼 채 금호강으로 가는 길은 봄을 무색케 하는 신록이 자욱하다.



금호강을 바로 옆에 두고 절벽 위에 이렇게 쓸쓸히 자리를 지키는 콘크리트 벤치와 가로등 하나가 언제나 처럼 덩그러니 있다.



초봄이면 산수유꽃과 벚꽃이 화사한 이 자리를 다시 찾았건만 이미 봄소식을 전하는 꽃들은 머나먼 북녘으로 소식을 전하러 갔나 보다.

좌측 금호강이 내려다 보이는 쉼터엔 여름나기 준비를 끝낸 거미들의 줄이 월매나 빼곡했으면 가로등 불빛에 굴절되어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보여 감히 접근할 엄두를 못내고 진행하던 방향으로 가려다 말고 한숨을 돌린다.

사진을 찍은 등 뒤, 진행하던 방향으로 내려가면 네온불빛 휘황찬란한 동촌유원지에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가 있어 커피 한사발 들이킬 수 있지만 자정을 갓 넘긴 시간이라 문 열어 놓았을리 만무한 고로 걍 유턴해서 호텔로 방향을 잡았다.






내가 걸어 지나 왔었던 육교 밑은 차들이 속도에 열을 올린 듯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다.



빼곡한 나무 터널을 지나 호텔에 거의 가까워졌다.

내가 사는 동탄이나 서울에서 한참 남쪽에 있는 대구는 역시나 봄이 일찍 찾아온 흔적들이 역력해서 이미 초여름 신록이 짙어졌고 오래된 공원의 나이처럼 나무도 무럭 자라 산책로 곳곳이 나무가 만들어 놓은 터널로 덮혀 있어 그 길을 걷는 기분은 상당히 경쾌했다.

내일이면 오마니께서 가시고 싶으신 곳들을 안내하는 마당쇠 역할을 해야 되기에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잠을 청해야 겠다.

기약할 수 없는 다음 만날 때꺼정 잘 있어라, 망우당 공원의 나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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