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일상_20200701

어느새 냥이들의 마중에 애정은 깊어간다. 오는 길엔 길목에 서서 어느 하나 꼭 반기고, 가는 길엔 길목을 따라 배웅 나오며 여운을 남긴다. "다음엔 언제 올래?" 치즈 얼룩이가 먼저 알아보곤 바짝 다가왔다. 경계 3인방 중 하나인 카오스는 이제 나에게 만큼은 신뢰의 화답으로 줄행랑을 보이지 않는다. 두 넉살꾼, 치즈 얼룩이와 검정 얼룩이는 모든 밥그릇에 입을 대고 냥마을 이장임을 과시한다. 물론 격한 환영으로 몸을 비비고, 궁뎅이 팡팡을 해달라고 들이미는 건 기본이다. 녀석들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카오스가 배웅을 나왔다. 충분히 식사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까? 녀석의 이런 모습은 잘 볼 수 없는데 가는 길목에 이렇게 따라오는 걸 보면 녀석도 마음을 꽤나 많이 열었다는 방증이고 여간해서는 캣맘분들한테도 ..

냥이_20200701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가 재난지원금을 받아 가장 먼저 백팩 형태의 캐리어를 구입했는데 모처럼 병원을 다녀온 날, 때마침 백팩 캐리어를 처음으로 꺼내 앞에 들쳐 매고 걸어 다녀왔다. 병원 가기 전에 함께 놀아 주는데 깃털 쟁탈전을 벌이면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게다가 사냥도 요령껏 하는 꾀돌이라 체력 안배까지 한다. 하긴 녀석도 무한 체력은 아니니까 즐기고 싶은 욕구를 이해한다. 열심히 한 판 땡기고 체력을 충전 중인 녀석은 쉴 때도 사람 옆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다 병원 갈 준비를 하면 영문도 모른 채 외출 나가는 사람한테 호기심을 드러낸다. 캐리어에 담는 걸 눈치채고 어디론가 도망가는 녀석을 붙잡아 겨우 잡아넣자 처음엔 저항을 하다 체념한 건지 이내 얌전해진다. 재난지원금으로 마련..

일상_20200629

설렘을 가지고 마중을 나오는 냥이들. 건강한 모습을 안심하고 돌아가는 길에 부쩍 여름 냄새가 짙다. 특히나 산모기가 많은 자리라 적어도 한 번 헌혈을 하지만 헌혈증을 받은 적 없고, 알흠알흠 밥을 가지고 산책 삼아 녀석들을 만나지만 고맙단 말을 들은 적 없다. 그럼에도 녀석들의 눈빛으로, 가슴 속 뿌듯함으로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해 노력했다. 근래와 달리 많은 녀석들이 냥마을을 지키고 있고, 공동 육아를 짊어진 치즈뚱이도 이제는 가까이 허락해준다. 물론 더 가까이 가면 겁나 도망 가지만. 치즈 얼룩이는 젖살이 빠지고 성묘 티가 난다. 검정 얼룩이와 함께 마을 터줏대감이자 애교쟁이다. 늘 사이좋게 줍줍~ 검정 얼룩이는 늘 다리 사이와 몸을 비비며 적극적으로 반겨준다. 치즈 얼룩이가 원래 가장 먼저 입을 대는..

냥이_20200629

무사히 여행을 다녀온 가족에게 껌딱지가 되기. 댕이는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면 냥이는 소리 소문 없이 다가서 표현한다. 무얼 바라는 것도, 달라질 것도 크게 없지만 편하고 정겨운 가족은 잠시 떨어질 때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냥이식의 솔직한 표현은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과도할 때 야기되는 피로감이 없다. 냥이를 알고 나서 어쩌면 그 매력을 뒤늦게 알아챈다. 모든 가족들을 확인한 뒤에야 녀석은 더 이상 두리번거리지 않고 원래대로 벌러덩 있는다.

큰 조직에서 독립한 친구의 작은 공간, 인비또_20200628

유명 호텔, 리조트 체인에서 근무한 친구 녀석이 혼자 독립하여 구의동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 식당을 포함, 오프라인 매장은 거의 초토화된 마당에 조금 무모하다 여겼지만 자신의 미래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했을 터, 그래도 초를 뿌릴 순 없고 다른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내가 넘무넘무 좋아하는 파스타에 버섯이 송골송골 올려져 있는 피자,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스원해서 골 때리는 맥주까지. 파스타로 배를 불린 게 얼마 만인가 싶을 정도로 코로나19를 피해 식당에서 갓 조리한 요리가 얼마나 맛난 지 전부 억눌러 왔던 식욕을 숨기지 않았고, 그 많던 음식이 깨끗하게 비워졌다. 게다가 친구들 얼굴도 무척 오랜만에 보기도 했다. 밤이 늦으면 대중교통 배차 문제로 불편해 좀 일..

냥이_20200628

스크래쳐가 꽤 너덜너덜해졌는데 그래도 녀석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잠도 청하고 스크래칭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위치가 거실이라 공간 대부분을 관찰할 수 있어 집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수월한 곳이다. 벌써 이렇게 너덜너덜해졌다. 눈이 마주치자 녀석이 갑자기 몸을 발라당 뒤집어 익살스럽게 보인다. 밤이 되어 다른 가족들은 여행을 떠나고 홀로 지낸 휴일, 비몽사몽간에 잠자리가 묘해서 눈을 뜨자 다리 사이에 녀석이 곯아떨어져 미동도 않는다. 아침 햇살이 눈부신지 녀석은 눈을 가리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