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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막창_20150515

극진한 후배와 통화 중 갑자기 막창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동대구행 KTX에 몸을 싣고 있는 게 아닌가! 명분은 그 후배가 소 같아서 낙천적으로 살아가리라 여겼었는데 나름 고충도 있고 갈등도 있어 수다로 풀자는 의미로 내려갔지만 내가 와신상담해 줄 만큼 그 친구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많이 들어주지 못했으니 그냥 넋두리만 들어줘도 도움되겠다 싶었더라.일단 남자들이 모이면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알콜~알콜 섭취하는데 안주도 생각 아니할 수 없는 노릇이니 바로 막창 먹어야겠지. 어디지?숯불 위 석쇠에서 노릇하게 굽히는 이 막창은 생긴 꼬락서니와는 달리 고소하고 풍성해서 입안에서 가득차는 것만 같다.행여 소주로 소독을 해가며 먹고, 또 먹다 보니 일인당 3인분씩 박살내 버렸다.오죽했으면 쥔장께서 싸비..

오산으로 자전거 첫 출정_20150509

그 동안 집에 자전거로 이동한 가장 먼 거리는 오산대 부근인데 동탄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오산 세교신도시와 연결되는 북삼미로를 닦고 있었고 개통 전 차량 통행이 허용되지 않아 자전거 타기 적격인 상태였기 때문에 오산대역까지 가 봤지만 목표하고 간게 아닌 가다 보니 오산 수청동이었으므로 처음 작심하고 간 건 이날이었다. 오산 시내까지 자전거로 가는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닐만큼 열악하여 몇 번 가려고 시도는 해 봤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어 가는 도중 포기 하기 일쑤.그러다 동탄2신도시가 생기면서 오산과 기존 동탄 사이 산업단지 덕분에 주말 휴일 사람들이 빠져 나간 조용한 틈을 이용하여 수월하게 왕래가 가능해 4월에 첫 시도를 해 봤더니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아 가기 편하고 거리도 가까웠다. 4..

토요일 산책_20150425

하루 전, 밤에 싸돌아 다닌게 욕구 충족이 되지 않았는지 주말엔 아예 벌건 대낮부터 슬링백을 메고 동탄 방방곡곡으로 활보하고 다녔으니 역마살이 단단히 뻗혔다. 낮부터 밤까지 오산천이며 반석산, 탄요유적공원과 노작마을 가장 안쪽 근린공원까지..그럼에도 희안하게 내 엔진이 전혀 과열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니 내 체력이 좋은 거시여? 아님 뭔가에 골똘해서 피곤을 잊은 거시여?올 4월은 내 생애 가장 활동적이었던 여가 시간을 보낸 역사적인 달이자 계절로 기록하자. 아트필터 재밌네.녹색과 노랭이만 표현하는 사진을 각각 찍었더니 같은 자리인데도 분위기가 완전 틀리구먼.반석산과 오산천 사이 산책로에 이제 봄 기운이 성숙해졌다. 내 싸랑 봄꽃을 보라색으로 했더니 제대로 안 되고 퍼랭이로 하니까 이렇게 되는데 굉장히 차..

금요일 밤 산책_20150424

봄이 되면 밤에 싸돌아 댕기는 사람이 나 뿐인지 알았건만 의외로 군데군데서 나랑 비슷하게 밤산책 나온 사람들이 몇몇 된다. 일단 모기 시끼들이 없을때 많이 다녀야 되고 요맘때 되면 이제 슬슬 낮에 햇살이 따가워지기 시작하는데 밤엔 가만히 있으면 서늘한데 도보를 이용하다 보면 그 서늘함에서 적당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어 조~타.모처럼 반석산에도 올라가 보고 동탄 외곽으로도 좀 다녀볼 요량으로 카메라를 작은 삼각대에 끼워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엔 쉴 새 없이 연주하는 스피커 음악을 든 채 정처 없이 다녔다. 사진 찍으려는데 학생 몇 명의 무리가 자전거 타고 가다 그 중 한 명이 내 앞에서 자빠져 한동안 이렇게 앉아 있다.걍 인증샷으로 한 컷. 노작마을로 넘어가는 육교가 마치 외계인처럼 보인다.팔을 쭉 뻗..

창 너머 봄 비 만나는 날_20150419

산책 중에 내리던 가느다란 비가 어느 정도 굵어져 그 비를 편하게 구경하기 위해 카페로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았다. 때마침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던 투썸이 편했던 건 사각이던 봄비만큼 감상하기 좋게 내부도 한적하고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촉촉히 내리는 봄비를 따라 봄소식을 미리 듣고 땅에서, 잠에서 깨어나는 것들을 만나러 갔다.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잠이 들어있는 생명을 살포시 흔들어 서서히 눈을 뜨며 그간의 편안한 잠자리 후의 개운한 미소를 짓는다.싱그러운 봄의 새로운 녹색들은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녹음이 짙어질 더욱 파란 녹색으로 단장하고 여름에 활동할 생명은 가느다란 빗방울로 얕은 세수를 하며 봄단장에 여념 없는, 빗소리가 듣기 좋은 봄날의 휴일이다.

산소 가는 날_20150417

명절 성묘를 더 늦기 전에 치러야 되는데 날이 포근해지면 자전거로 다녀오기 힘들까 싶어 4월을 선택했더니 안성맞춤이었다. 날은 적당히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하며 기후조차 그 날이 적기 였음을, 탁월한 선택 이었음을 축포하듯 자전거 길에 지치지 않도록 바람이 그리 많지 않아 힘에 부딪기거나 다녀온 후에도 지친 기색이 별로 없었다.전날 퇴근 후에 바로 KTX 타고 내려와 아끼는 동생과 들안길 고깃집에서 거나하게 한 사발 박살내고도 희안하게 이날은 별로 숙취도, 컨디션 저하도 전혀 없었으니 아부지께서 박카스신을 냉큼 잡아채 가셨나벼.숙소는 갑자기 내려온 터라 인터불고 호텔로 못하고 걍 범어동에 깨끗한 모텔을 잡아 편하게 쉬고-너무 편하게 쉰건 좋은데 늦잠 잤구먼- 다음날 대중교통으로 동촌까지, 그리고 자전거 타..

벚꽃이 화사하던 어느 봄날_20150411

가을과 봄은 생각하는 순간에도 벅차게 설레어 무조건 카메라, 스피커만 들고 가출하고 싶어진다. 가봐야 멀리는 못가겠지만 그 계절을 그냥 넘긴다는 건 참말로 내겐 불행한 시간이고 소소한 행복을 팽개치는 거다.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봄꽃들이 종류도 많고 화사하기도 하다. 벚꽃이 늘어서 있는 오산천으로 나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나처럼 봄꽃 구경 온 사람들이 많다.어찌나 화사한지 눈이 부실 지경이니. 반석산 밑은 외길이라 특히나 사람들이 많구먼. 행여나 외면 받을 수 있지만 난 진달래가 좋아.아직은 황량한 산자락에서 그 색깔이 눈에 띄이니까. 벚꽃도 진달래도 봄소식의 전령사라 아름답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이 녀석은 땅바닥에 넙쭉 달라 붙어 작은 꽃을 피우기 때문에 지나칠 수 있지만 한 번 보고 나면 시선을..

햇살이 없는 봄도 아름답다_20150410

봄이 오는 소식은 집이 아니라 집 밖에서 만날 수 있다. 어느 활동하기 좋은 주말의 비교적 늦은 밤에 카메라만 동여 메곤 만나고 싶은 봄을 사진으로 담는 설레임은 몽환적인 휴일의 단잠과도 같기에 소소한 봄의 산책을 해본다. 겨우내 단조로웠던 옷가지를 여러가지 빛깔로 물들인 옷으로 갈아 입는 봄을 흉내라도 내듯 연신 다른 빛깔의 색동옷으로 분주히 갈아 입으며 마치 새옷처럼 단장을 한다. 봄이 가진 특기 중 하나가 바로 싹을 틔운 나무의 태생하는 녹색에 새벽 이슬처럼 싱그러움과 아이처럼 수줍은 미소를 불어 넣어 불빛에 굴절되면 경직되어 있던 시선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갈증에 갈구하는 봄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언제나 봐도 지상의 녹색이란 단어 중 가장 아름답고 따스하고 정감 있는 녹색은 이맘때 서서히 태동..

금호강 봄소식_20150404

전날 마신 커피향을 상기시키며 동촌유원지 투썸으로 가봤더니 전날 바람결에 살랑이던 벚꽃잎이 보얗게 땅을 뒤덮곤 바람이 부는대로 흰파도를 넘실거린다. 그 파도를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진한 커피 내음에 정신을 바짝 차린 뒤 자전거를 타고 강정고령보를 향해 돌격! 봄이 되면 찾게 되는 꽃 중 하나가 이 앙증맞고 이쁜 빛깔을 물들인 녀석인데 내가 사는 주변엔 찾기 힘든 꽃이 여기선 지천에 널려 있다.김 샐 거 같은데 도리어 혼자서 반가워 흐뭇한 썩소를 주고 받는다. 벌써 개나리가 한창전망도 좋고 밑에서 바라 보면 봄꽃에 잔뜩 둘러싸여 응원 받는 이 건물은 다름 아닌 온천장이라는 나름 역사와 뼈대를 자랑하는 여관이란다.워째 여관 건물을 살짝 손 본다면 펜션이라고 구라 때려도 속을 만한 포스. 자전거를 타고 아양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