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82

낙엽 떨어지는 길_201710

눈으로 감탄하는 사이 낙엽은 떨어져 버리고, 그 장관은 기억에만 잠시 머무르다 사라져 버린다.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는 건 가을이 우리 곁에 얼마 남지 않아 떠난다는 것.그나마 조악하게 찍은 영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가을이면 이쁘게 물든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어 종종 산책을 하게 되는 거리다. 오산천 산책로 초입에 들어서자 강한 바람이 억척스레 달려 있던 낙엽과 심지어 잔가지조차 날려 버린다.냉혹한 자연이라고 해야 하나, 자연의 순리라고 해야 하나?떨어지는 낙엽은 1회성 눈요기지만 나무들은 이 낙엽을 살찌우기 위해 1년을 기다렸는데 떨어지는 건 찰나의 순간과도 같다.

일상_20161224

성탄전야에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같이 하잖다. 초저녁부터 분주하길래 무언가 봤더니 과메기와 순대볶음을 위시해서 몇 가지 가끔 먹는 음식들. 난 이 비린내가 익숙치 않아 패쓰! 순대곱창볶음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 중 하나라 개흡입 했지. 며칠 전에 내린 눈이 겨울 추위로 고스란히 얼어 있다.조카들 권유로 걸어서 노작박물관 뒤 무장애길로 갔었는데 그 늦은 시간에도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걸 보면 성탄 전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무장애길을 따라 올라가는 조카 녀석들은 어릴적에도 이렇게 같이 산책을 다니면 신이 나서 쫓아 다녔더랬는데 이 날도 혈기왕성하다.다만 앞서 가는 녀석은 입대를 몇 달 앞 둔 시점이라 마음이 착잡 했나 보다.길 가던 내내 특유의 입담과 유머가 좀 뜸했고 한사코 여기까지 걷자..

일상_20161217

주말 늦은 밤에도 간단히 짐을 차려 가출한 건 빠듯한 시간에 운동이란 걸 하기 쉽지 않아 편한 주말 밤을 이용하게 된다. 더불어 야외에서 음악도 즐기고~ 반석산 둘레길은 야자매트로 정갈하게 닦여 있건만 가을을 지나면서 떨어진 낙엽에 초토화 되었다.밟을 때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겨울이 지날 수록 낙엽이 먼지로 변하면서 사그라드는데 경쾌한 발걸음을 도와주는 지라 은근 기분이 좋아부러. 오산천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동탄2신도시는 이제 암흑의 옷을 벗고 활기차고 화려한 문명의 옷으로 갈아 입었다. 둘레길을 따라 쭈욱 걷다 보면 암흑 속에서 두터운 낙엽이 쓸리는 소리가 급작스레 들리며 무언가 빠르게 움직인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꿩과 고양이, 고라니 되시겠다.내가 흠칫 놀랄 정..

일상_20161204

부쩍 짧아진 낮에 부쩍 추워진 바람살이 영락 없이 겨울이다.11월이 되도록 가을 낙엽이 꽤 많이 붙어 있다고 좋아라 했는데 찬바람 앞에선 장사가 없나 보다. 초저녁임에도 밤이 되어 반석산 둘레길을 혼자 다니는 재미를 붙여서 한껏 음악을 틀곤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거닐다 만난 자전거를 타던 반가운 사람들.오후 5시 반인데도 깜깜해져 둘레길은 이미 텅 비었다.밤에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이렇게 초점을 잘 잡지 못하는 구만. 쉴 새 없이 걷다 뜬금 없이 나비가 날아 다닌다.이 녀석만 있는게 아니라 종종 등불 주위를 맴도는 녀석들이 눈에 띄는데 낙엽 색깔과 거의 같아서 바닥에 앉아 쉬면 잘 표가 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 입바람을 훅 불면 그제서야 '들꼈구나' 싶어 또 사정 없이 날아 다닌다. 노작박물관으로 ..

반갑다, 첫 눈_20161126

일상 시계와 인생의 시계는 영원히 만나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며 가끔 좁아지거나 멀어질 뿐이다. 아마도 그 시계가 겹쳐지면 인생의 허무함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센치해지는 본능으로 인해 일상을 등안시 하기 때문에 조물주가 두 시계를 각기 다른 주머니에 두게 하여 혼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가을에 대한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어느새 겨울 예고를 귀띔하듯 쌓이기도 전에 보란 듯이 증발해 버리는 눈발을 뿌리며 단잠을 깨우곤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된다.첫 눈?첫 번째가 가진 설렘은 첫 눈처럼 짧고 아쉬워 오래 동안 가슴에 두란 건가?그 첫 눈이 고맙게도 휴일에 여유와 함께 동행하란다. 시간이 한참 지나 올리는 사진인데 어디서 찍은 거지?나름 매뉴얼 포커싱의 진가가 발휘되는, 허공에 하염 없이 날리는 눈발이 첫 눈..

일상_20161120

가을에 맞이하는 휴일, 특히나 날은 엄청시리 화사하다. 부시시하게 일어나 가벼운 차림으로 룰루랄라 신나게 가는 심부름 ㅠ 사람 마음 약해지게 가을이 깊어질 수록 붉은 단풍 빛깔은 더 요염하기만 하다.이러니 놓아주고 싶어도 집착만 생기잖아.겨울 준비로 가지에 붙어 있던 잎사귀를 바닥에 자욱히 떨어 뜨려 놓았건만 그 모습이 한층 더 가을답기까지 하구먼. 집 베란다 정원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자라는 요 쬐깐한 소나무(내 동생, 솔영이와 솔양이_20160915)도 가을 옷을 입은 모습이 마치 아가들이 조막만한 때때 옷을 입은 것 같아 더 귀엽다.화분 한 귀퉁이에서 햇살을 받으며 자라는 소나무를 보며 처음엔 제대로 싹을 틔울까 싶었는데 경이로운 생명은 싶게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에 가끔 눈 요깃거리가 되어 버렸다.조..

일상_20161115

떨어지는 낙엽을 애써 찍으려 해도 희한하게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바람이 잠잠해 진다.불가사의여!몇 번을 찍었건만 바람이 잠잠해져 포기하려 하면 조롱하듯이 세찬 바람이 불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래서 다시 급하게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또 잠잠...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마저 가장 만족할 만한 동영상에 위안 삼자, 신발~ 저녁 식후의 커피 한 사발이 하루의 긴장을 풀어 주는 건 알겠지만 이 날은 더더욱 니미럴 같은 앙금들을 토닥여 줬다.여의도까지 간 김에 순광형 뵙고 왔더라면...가을과 함께 옛 추억들도 되살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