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398

새해 첫 나들이_20190101

아버지 제사로 가족들이 삼삼오오 한 데 모였다.늦게 출발하는 시간에 맞춰 일찍 온 매형, 조카와 반석산을 가는데 이 녀석 엉덩이가 커서 힘겹게 따라 온다.하긴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만만한 산책 코스보다 에너지 소모는 각오해야 되니까. 깊은 산중이나 나무가 빼곡한 숲에만 있을 줄 알았던 겨우살이가 반석산에도 있다.무심코 지나치던 자리에 겨우살이라니... 어릴적엔 그리도 잘 어울리던 조카 녀석들이 나이가 들어 이제 볼 시간도, 기회도 흔치 않아 이렇게 가끔 의미 있는 날에만 보게 된다.그래도 예전의 정겨움은 남았는지 수다스럽다.이렇게 잘 말린 북어로 협박도 하고.새해 첫 날 밤, 아버지 제사를 빙자한 가족들의 잉여로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첫 하루가 흘러갔다.

한 해의 마지막 산책_20181231

이번 여정이 너무 편했나?충주를 다녀온 여독이 과하지 않았는지 한 해의 마지막 시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밤 느지막이 집을 나서 불이 환하게 밝혀진 공원길을 따라 걷다 어느새 반석산 둘레길로 방향을 다시 잡았아 겨울 바람에 공허히 퍼져가는 도시 불빛을 마주했다.작은 불빛이 모여 거대하고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이루듯 작고 미약한 시간들이 퍼즐조각처럼 모여 한 해의 시간이 완성 되었다. 아쉬운 미련은 인내의 스승이 되고성취의 설렘은 자신감의 멘터가 되어, 새해엔 주먹 쥔 손에 힘과 온기가 공존하길~그토록 차갑던 도시 야경이 한 해의 마지막 끝자락에선 따스하게 느껴진다.

2018년 마지막 여정을 끝내며_20181231

비록 추위로, 경기 여파로 한산할지라도 매끈한 마트가 구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재래 시장에 있다.구입한 것들 중 엉터리 뒷통수 맞은 물건도 있고, 제대로 줍줍한 것도 있지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장터는 여전히 정겹다. 서울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아니 서울과 그 인근에서는 생소한 단위가 충주에 있다.예나 지금이나 충주는 물가가 저렴하다.특히나 음식과 소비재들. 시장에 가려진 뒷전은 충주천이 흐르고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오리 가족들이 물가에 있다 나를 보곤 기겁하고 피난간다.생퀴들이 내가 협박을 했냐! 오래된 구멍 가게의 흔적으로 나무 문틀과 출입문이 있다.시간이 지나면서 틀이 뒤틀리는지 쉽게 열리지 않고, 그렇다고 힘으로 무작정 열 수도 없다.나름 테크닉과 문제가 되는 ..

올해 마지막 여정, 이른 아침 계명산_20181231

해가 뜨며 호수가 잠에서 깨자 절경도 덩달아 눈을 부비며 일어 난다.충주가 절경인 이유는 산과 호수와 평야의 다양한 세트가 함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또한 집에서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지의 형태를 상수도 보호 구역 특성상 충주는 잘도 보존하고 있다.물론 산 언저리 곳곳이 개발의 홍역에 몸살을 앓는 중이지만 조금만 굽이치면 산과 호수는 그저 담담히 지켜 보고 보듬어 주는 아량이 변함 없다.그런 연유로 여주-원주-충주, 경기-강원-충청이라는 세 경계를 밥 줍줍하듯 드나들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맞으며 어제 못다한 산책을 나선다.충주호의 아침은 화창한 겨울이긴 해도 대기가 미세먼지로 약간 뿌옇다. 자연의 생존은 참 다양하다.햇살이 미치지 않는 바위 틈에 서릿발이 가지치기에 열중이다. 문명이 잠든..

올해 마지막 여정, 계명산_20181230

2018년의 햇불도 거의 꺼져 가는 연말 즈음 치열 했던 한 해의 조용한 마무리를 위해 도시를 떠나 인적이 뜸한 충주 계명산으로 떠났다.먼 발치에 문명의 불빛은 밤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미 소음은 거대한 호수와 빼곡한 숲에 상쇄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고, 적막이 깔린 공간의 산과 호수가 만나는 세상에 불청객인 양 끼어 들어 고요한 그들의 대화를 엿 들어 본다.간헐적으로 지나가는 바람과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한 새소리가 꾸밈 없이 생생하게 들리는 이 진솔함을 얼마 만에 들어 봤던가? 늦게 출발한 궤적으로 계명산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하여 산이 늘어뜨린 그림자가 꽤나 많은 세상을 삼킨 뒤였다. 머뭇거리는 사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이 가속도가 붙어 간단한 차림으로 통나무집을 나..

일상_20181229

전형적인 겨울살껴 입으면 둔해지고 간소하면 추위가 애워싸고얇은 두 겹의 옷으로 나름 무장을 한 뒤 걷자 이내 땀이 솟는다.여우바람이 잦아든 주말이라 텅빈 거리엔 북풍이 남기고 간 싸늘한 정적 뿐이다. 호수엔 겨울왕국이 펼쳐졌고, 길가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벤치가 고독을 떠받친다.여전한 겨울의 위세.연말은 이렇게 차디차게 다가온다.

일상_20181223

차량이 있으면 편하지만 몸의 퇴화는 불가피하다.특히나 날씨가 찜통이거나 냉동창고거나.계속 직립의 테크닉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산책이 필요한데 막상 현관을 나서는 게 갈등과 싸우느라 가장 힘든다. 이렇게 나서면 별 거 아닌데 집 안에선 나가기 힘든 핑계가 워찌나 구구절절한지.길을 나서 비록 동네 구경이지만 세상을 둘러보면 '참 탁월한 선택이다' 싶다.겨울은 가장 겨울다운 세상을 봐야 되는데 작고 가까운 곳부터 나서본다.그래서 동네 산책~ 오산천 너머 아파트가 약간 미색이긴 하지만 석양을 받아 더욱 붉게 타오른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라 공원 생명들이 증발해 버렸다. 소나무 씨앗이 바닥에 자욱하다.바로 옆 재봉산에 소나무도 많지만, 바람이 쉬어 가는 곳인지 미풍도 거의 없다. 텅빈 호수 공원.겨울의 단상인 ..

만추의 잔해_20181206

이른 아침엔 눈꽃을 보고, 해질녘에는 가을 꽃을 시신경에 아로 새긴다.단풍 낙엽이 소복히 모여 있지만 가을 꽃만큼 아름답지 않나. 동면에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표식인지 단풍의 고유 색감을 아직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다.아주 잠깐이면 주위에 태동하는 계절을 볼 수 있는데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록 위안거리를 스스로 거부하게 된다.세상이란, 인생이란 앞이, 미래가 모든 이치는 아니다.

셋째 주 캠퍼스 특강_20181122

특강이지만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오늘은 강의는 없고 강의실만 개방되어 있는 셈이다.내일만 강의가 있는데 강의실에 한데 모여 공부를 하기로 하고, 시각은 점심 이후로 잡았다.그간 밀린 잠을 잔답시고 정오 가까이 퍼질러 자고 일어나 커튼을 열어 젖히자 눈과 머리가 시원해지는 금호강과 그 너머 전경이 깨끗한 대기로 인해 선명하게 펼쳐져 있다. 점심은 복현동 캠퍼스 부근 너른 냉면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택시를 이용해 출발. 식곤증이 쏟아질까 싶어 점심은 냉면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캠퍼스로 걸어가 커피 한 잔에 학우들과 잠깐 머리를 식힌다.가을이 선명할 때 특강을 시작하여 낙엽이 지고 가을색이 빠질 무렵 특강이 끝난다. 가을이 선명하던 나무들도 한 주 차이로 급격히 사라져 이제는 겨울을 기다린다. 하루 종일 따사로운..

마지막 특강으로 대구 도착_20181121

특강도 마지막 주, 셋째 주까지 흘렀다.퇴근 하곤 곧장 대구에 도착하여 미리 예약한 인터불고 호텔로 가기 위해 광장으로 나서자 텅빈 광장에 겨울이 다가온 듯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탈까? 아님 지하철을 타고 동촌역에서 내려 걸어갈까 하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라 버스를 타고 인터불고호텔 앞에서 내려 우선 체크인을 하고 짐을 두고 나와 망우당 공원을 따라 곽재우동상까지 갔다가 호텔로 돌아온다.셀카봉을 이용해서 유료어플로 촬영을 하는데 수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거 같다.장노출을 했지만 대체적으로 어둡게 나오는 걸 보면 장노출이 안된다는 건데 내 돈 돌리도! 화랑교의 뻥 뚫린 도로를 시원스럽게 질주하는 차량들. 곽재우동상 옆에 금호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벤치는 예나 지금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