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398

일상_20180129

홍천과 김제를 다녀온 후 차에 주인을 원망하듯 뽀얀 먼지가 소복히 쌓여 있다.새차를 한 게 얼마 만인지 기억에 나질 않아 마침 햇살 좋은 오후에 자동 세차 한 판 땡기고 물을 훔치고자 부근을 돌아 다니던 중 고속도로에 치여 존재 조차 모르고 있던 아주 자그마한 유적지 겸 공원에 들렀다.행정 구역상 오산이긴 하지만 동탄 옆이라 걸어서 가더라도 금새 당도할 만한 거리로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에 휑한 바람 뿐이라 잠시 둘러 보며 시간의 흔적들을 자근히 유추해 본다. 북오산 나들목 옆 토끼굴을 지나면 뜬금 없는 장소에 크지도, 매끈하지도 않은 공원이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때론 적막이 필요할 때 들리면 되겠구먼.오래 머무르지 않았지만 그 사이 가끔 지나치는 차량은 있어도 사람은 전무후무하다. 이 공원의 주인..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하얼빈역_20190125

문학마을을 한 바퀴 둘러 본 뒤 곧장 하얼빈역으로 걸어 갔다.하얼빈역 광장은 제법 널찍하게 트여 있고, 역사 내부도 당시 경관을 충실하게 꾸미기 보단 역사적 사실을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하얼빈역으로 걸어가는 길은 매끈하게 뻗어 도중에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문학마을과 조금 거리가 있는 건 한반도와 만주의 거리감을 표현한 걸까? 하얼빈역에 도착. 역사 내부와 당시 분위기를 재현해 놓았다. 이번 관람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장면, 이런 걸 명장면이라고 하지. 하얼빈역사 내 2층의 텅빈 공간에 홀로 앉아 잠시 쉰다.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을 재현해 놓았고, 조정래 작가의 작품들도 있다.또한 소설 아리랑 집필을 위해 만주 기행도 있어 정독해 봄직 하다. 독립을 위해 헌신한 위인들 누구 하나 잊을 수..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_20190125

김제 지인집을 나서자 기분 좋은 햇살이 눈부시게 퍼붓는다.어느 국밥 집에 들러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담아 지도를 보며 미리 계획했던 아리랑 문학마을로 향하는데 우리 나라 최대 곡창지대라고 배웠던 평야를 바라 보자 실감이 날 만큼 끝도 없이 펼쳐진 김제 평야가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다독인다.처음에 문학마을이라는 텍스트만 봤을 때 마치 아리랑류의 고전 문학 박물관 같은 느낌이 강했으나 막상 도착하여 찬찬히 둘러 보자 일제 침략기의 치욕적인 역사가 문학에 베어 있는 사실들을 중심으로 집대성 시켜 놓았다.침략과 그에 대한 저항이 작은 마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작품과 작가의 연대도 놓치지 않았다. 일제 침략기 당시 재현된 건물들이 초입에 들어서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_20190120

휴일의 일몰은 색이 더 깊다.그래서 평소에 보이지 않던 석양은 휴일이 되면 자극적인 유혹을 던진다.어김 없이 시선을 빼앗겼고, 덩달아 휴일 저녁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유리잔에 담긴 커피와 그 커피에 빠진 중천의 햇님. 휴일에 맞춰 반석산 둘레길을 걷다 성급한 달과 마주쳤다. 일몰 하루 해가 지자 낮 동안 쉬고 있던 등불들이 일제히 잠에서 깨어 난다.그렇게 휴일 시간이 흘러갔다.

오래된 정겨움, 여수_20190116

여수란 도시는 제법 넓다.왜 그런고 하니 파편화 때문인데 과거 여천과 합쳐져 사이즈는 꽤 큰데 적재적소에 위치한 산이 도시를 파편화 시키면서 이동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편하면서 헤메는 수고로움을 덜어 낼 수 있다.게장 동네에서 조금 늦었지만 점심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버스를 이용해 다음 목적지로 잡은 해양공원과 고소동 벽화마을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곧장 한 번에 가는 차편이 없어 서시장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건너가 환승을 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시장에 내려 북적대는 도로와 사람들 사이에서 버스를 기다린다.큰 봇짐을 지어 매고 같은 버스를 타는 어르신 물품을 대신 들고 차에 오르는데 빈 소쿠리 더미라 양에 비해 무게는 홀가분하다. 버스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인 해양공원, 특히 밤바..

다도해가 품은 여수, 돌산도 케이블카_20190116

연일 기록적인 미세먼지가 전국을 송두리째 괴롭히다 여수 내려간 날은 잠시 찾아온 추위가 시야를 방해하는 세상 모든 잡것들을 쓸어 버렸다. 미리 알고 찾아온 게 아닌데 겹겹이 기분 좋으라고 아주 오랜만에 청명한 대기를 펼쳐 준다. 여수의 바닷바람은 무지막지한데 이 날 단 하루는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를 배려해 주사 겁나 평화롭고, 햇살도 따사롭다. 여수역 일대가 신시가지라 근래 들어 밀려드는 관광객 숙소가 많이 늘어나 대부분 깔끔한 신축 호텔들이 많은데 내가 이용한 곳도 특이한 구조에 아주 깔끔하고 전망 좋은 호텔이었다. 전날 늦게 잔 것도 아닌데 걸판지게 자고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 여수역까지 걸어 오는 사이 밀려 오는 애매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카페에서 대충 때우기로 했다. 아쿠아리움 광장이란다. 지나는 ..

영종도 행차_20190108

동탄 이웃으로 계시다 영종도로 가신 분을 만나러 5년 만에 인천대교를 건넜다.바다 건너 인천 월미도와 청라, 송도까지 한눈에 보이는 위치에 37층이라 전망이 굿이다.그래서 아이폰 광각과 망원으로 교차 촬영. 낮에 월미도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바다 건너 눈 앞에 작은 동산 같은 게 월미도라 관람차가 돌아가고 뭔가 꼬물이들이 돌아 다닌다. 밤이 되자 월미도는 도드라지게 환하다. 약간 고개를 돌리면 인천대교도 보인다.감탄은 잠시 접어 두고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 멀게 느껴졌다.

일상_20190106

휴일 점심에 채 가시지 않는 졸음에 상약 중에 상약은 바로 요 커피란 생퀴! 컬럼비아 수프리모와 케냐 AA를 마시다 간만에 유명 커피 브랜드 원두를 내려봤다.블랜딩이라 그런지, 아님 모처럼 미각의 기분 전환이라 그런지 겁나 맛있다.겨울 햇살이 강렬한 거실에서 따스하게 볕 쬐며 휴식을 음미하노라면 호강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 들린 노작 공원은 호수만 꽁꽁 얼어 버린게 아니라 공원을 찾는 발걸음도 얼어 버렸다.

일상_20190105

겨울의 정점이라지만 작년 겨울에 비하면 아직은 포근한 편이다.그래서 주변 길을 걷노라면 내린 눈이 덩어리로 얼어 있는 장면을 보는 게 쉽지 않은데다 혹한을 대비해서 마련한 두툼한 패딩 재킷을 걸치는 일자가 거의 없다. 늘 그랬듯 노작마을에서 반석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 전망 데크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오산천과 그 너머 여울공원을 바라 본다.여울공원의 나이가 어려 아직은 앙상하다. 낙엽 무늬 전망 데크까지 쉼 없이 걷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라 앉히며 북녘을 바라보자 한 아파트 단지가 도드라져 보인다. 조금 더 북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용서고속도로의 시작점과 경부고속도로가 평행하게 북쪽으로 뻗어 있다.미세 먼지만 아니었다면 전형적인 겨울의 청명한 대기 였을 터. 낙엽 무늬 전망 데크 초입의 이정표 앞이 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