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398

대가야 품으로_20190303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우선 오마니 고향을 찾아 보기 위함이었고, 더불어 오랫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먼 친지의 소식이 전해져 반가움을 실현해 드리고자 했다.너무 느긋하게 밟았나?5시간 걸려 고령에 도착, 저녁 식사를 해결할 마땅한 식당을 찾느라 30분 동안 헤메는 사이 8시를 훌쩍 넘겨 버렸고 하는 수 없이 치킨 한 마리와 햇반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오마니도 기운 없으신지 대충 해결하자고 하시는데 그래도 배는 불러야지.지도 검색에 치킨집은 많지만 막상 댓글 평이 좋은데가 많지 않아 여기로 선택했는데 불친절에 착한 가격은 아니다.맛이 있다면야 가격이 문제겠냐마는 자극적인 소스에 절여 놓는 수준이라 치킨 특유의 식감과 맛은 찾기 힘들다.배 고픈데 더운 밥, 찬 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응대..

칠족령 설화가 남긴 절경_20190217

칠족령에 대한 설화. 백운산 자락 근교 제장마을의 한 선비가 옻칠을 하는 옻칠쟁이었는데 그 선비 집에 누렁이란 개가 살고 있었다. 그 누렁이가 저녁 때만 되면 마실 나갔다가 항상 새벽 이슬을 맞고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수상히 여긴 옻칠쟁이가 도대체 누렁이가 어디를 갔다 오나 하고 궁금하여 하루는 누렁이 집 앞에 옻칠통을 잔뜩 갔다 놨다. 그날도 변함없이 누렁이는 옻칠통을 밟고 마실을 나갔다. 누렁이가 나간 사이, 옻칠쟁이는 누렁이가 밟고 나간 옻칠을 따라 찾아 나섰다. 옻칠을 따라 가다보니, 백운산 자락에 험하고 가파르다는 무늬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이었다. 누렁이는 매일 이 험하고 가파른 산을 넘어 밤새도록 걸어서 건너편 무늬마을에 무늬라는 암케를 만나고 또 밤새도록 걸어서 새벽에 집에 도착한것이었다...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러갔다.토 요일 저녁이라 차가 많을 법도 하지만 진부를 벗어나 매끈하게 뻗어있는 59번 국도를 따라 밤길을 달리는 동안 지나는 차가 거의 없어 진행하는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정선 푯말을 따라 나아갔다.정선이 멀고 험한 길을 거쳐야 한다는 편견과 달리 어두운 밤길을 가는 내내 도로 컨디션은 상당히 좋았고, 과거 2015년 늦봄 무렵 정선에서 반대 방향으로 갔던 때가 있었는데 당시 정선을 벗어나 두타산으로 향하던 중 한창 공사 중이었던 곳이 바로 파크로쉬 였다.(용평 산중에서 정선까지_20150530)지극히 일상적이어야만 하는 여유가 기근 현상으로 점점 메말라 가는게 정말 시간이 없..

대미를 장식한 드래곤 길들이기3_20190215

올 겨울에 잠잠한 눈 소식이라 내리는 눈을 반가워 해야 하나?내일 강원도 가는 길을 미리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는게 내리는 눈의 양이 그리 많지는 않단다. 한남대교를 지나는 길 동탄 CGV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늘어선 나무 위로 눈이 앉았다. 영산홍 위에 피다가 만 눈꽃. 자세히 보면 싸락눈이 내렸던 거다.마치 고운 소금을 뿌려 놓은 것처럼 작은 알갱이 입자가 원형 그대로 쌓여 있다. 최애 시리즈 중 하나인 드래곤 길들이기는 판타지적 요소에 어드밴처까지 가미된 작품으로 뻔한 신파극이라 할지라도 몰입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갖췄다.특히나 아바타와 같은 해 개봉한 1편은 작품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갖춰 드림웍스 시리즈 작품 중 흥행에 비해 든든한 자리를 꿰찬 명작이기도 하다.신적이거나 괴수 ..

일상_20190213

시간은 골짜기의 세찬 강물처럼 부지불식간에 세상의 등을 떠밀어 벌써 19년의 한 달과 보름 정도를 집어 삼켜 버렸다.다만 소리가 전혀 없다.그 기운찬 시간의 물결을 보다 보면 산을 깎고 바위를 도려 내듯 얼굴에 자글한 주름을 패고, 머릿칼에 검은 색소를 시나브로 현혹시킨다.약속처럼 언젠가 기다림에 익숙해 지리라 단언했건만 자취 없이 할퀴는 촉수의 야속함에 익숙해졌던 초연마저 상실되는 시간의 흐름.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아직은 많아 번번히 서운함을 잊게 된다. 석양 빛이 아파트 건물에 부딪혀 눈부시다. 이번 겨울은 혹한이 거의 없었지만 반석산에서 흐르는 여울은 여전히 얼어 있는 걸 보면 아직은 겨울이 짙다.

일상_20190209

사람들이 많이 몰려 혼잡할 명절 연휴를 지나 주말에 오마니 뫼시고 만의사를 간다.오마니께선 종교적인 이유로, 나는 도심 일탈을 목적으로 손 쉽게 찾는 만의사는 도심 가까이 자리를 잡고 있어 문명에 대한 종속의 흔적이 쉽게 눈에 띈다.내가 길들여진 문명을 탓할 수 없어 아쉬움으로만 남겨 놓을 수 밖에...사찰에 오면 가족들과 달리 산책을 하며 곳곳을 둘러 본다. 오랜 대수술을 거쳐 오솔길이 이렇게 변모 되었다.봄이면 장미를 비롯, 각종 야생화도 소복이 피는 길인데 이제는 그 소담스런 길을 볼 수 없게 되었구먼. 그러곤 이런 불상도 들어섰다. 아마도 절에서 키우는 백구 몇 마리 중 하나 같다.한 쪽에 쌓여 있는 벽돌과 기왓장은 전부 돈이다. 무봉산자락에 기댄 만의사. 불상의 후광.아쉽게도 석양은 늘 성급하게..

일상_20190202

비록 음력이지만...새해의 시간은 지상으로 자리를 틀고저무는 기억은 추억으로 서린다.변한 게 없는 시간이지만유별난 의미 부여로 세상 모든 게 새로이 재탄생 된다. 얼어 붙은 호수에 나리는 석양의 황금빛 파동.이 주말 휴일이 지나면 이내 설날이고 음력의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얼마 전 봤던 겨우살이는 절기와 지나는 시간을 잊은 듯 같은 모습, 같은 자리에 그대로다.

동탄 호수 야경_20190201

얼마 전까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던 호수가 말끔히 단장하고 애타게 사람들을 기다린다.얼마만에 갔는지 모를, 그저 까마득한 시간이 흘렀나 싶다. 수문 가까이 차를 세워 놓고 시계반대 방향으로 산책을 하는데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특히나 느긋하게 둘러 보았다.호수 반영 사진이 멋지긴 한데 카메라로 찍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아이폰 특성상 자글한 노이즈가 거슬리잖아. 거의 한 바퀴를 채운 시점에서 테라스하우스 앞 선착장처럼 생긴 자리에서 한창 불을 밝히는 도심을 향해 바라 보자 해가 지날 수록 점점 화려해지고, 불빛들이 빼곡해져 간다. 비교적 잔잔한 대기에 호수는 거울 같지만 겨울이라 서리의 결정체가 벌써 반짝인다.힘들것만 같던 한 바퀴 산책이 이야기 나눈 사이 금새 당도하여 친숙한 운동으로..

여주 남한강 하늘_20190201

이른 퇴근 후 집에서 잠시 기다렸다 범군과 함께 여주 남한강으로 곧장 내달렸다.2년 조금 넘는 동안 처음 보는 반가운 얼굴이지만 시간이 넉넉치 않아 감상에 젖을 시간 없이 앞만 보고 달렸으나 막상 강변에 도착하자 세찬 겨울 강바람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다만 잠깐 머무르며 하늘을 보자 거대한 들판에 떠 있던 세상이 장엄하게 보인다. 평소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겨울의 냉혹한 바람에 더더욱 조용했던 날이기도 했다. 잠깐 동안 추위에 찌들었던지 카페에서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 모금이 무척 감미롭고 포근했다.통 유리 너머 평온해 보이는 세상과 달리 여전히 강바람은 남한강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가만 두질 않았다.하는 수 없이 동탄으로 서둘러 넘어 올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