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398

칠족령의 마법_20190329

파크로쉬에서 이어지는 동선은 지난번과 거의 같다.정선에 들러 동막골 곤드레밥을 줍줍하고 칠족령으로 넘어가는데 2월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난 반면 이번엔 조금 늑장을 부렸고, 다만 지난번처럼 길을 헤매거나 가던 길을 멈추고 여유의 감상에 젖지 않아 막상 도착 시각은 거의 비슷했다. 동강은 여전히 귀한 생명들의 은신처와도 같은 곳이었다.물론 꽃을 찍기 위해 들린 건 아니지만 화사한 표정으로 방긋 웃으며 쳐다 보는데 외면할 수 있을까?신록의 싹이 대지를 뚫기 전, 황량한 물감이 만연한 가운데 가끔 고개를 내밀고 햇살을 한껏 받아 들이는 꽃들의 고운 빛결이 한 눈에 들어와 시선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봄의 정령들은 어떻게 이런 화려하고 화사한 색의 유전자를 깨우쳤을까?눈이 즐거운 만큼 이런 작지만..

격이 다른 평온, 청량사_20190322

혼자 였다면 냉큼 청량산으로 향했을 터, 마침 작년 여름 청량사를 방문 했을 때 급경사길에 대한 부담으로 오마니께선 청량사를 가지 못하신 마음의 앙금으로 이번엔 조용한 틈을 타 차로 청량사까지 곡예 운전을 했다.자식 입장에서 효도는 못할지언정 어떻게 같이 떠난 여정에서 불교 신자이신 오마니를 모시지 못한 후회의 앙금은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고, 가끔 봄에 틔우는 싹처럼 아름아름 양심을 찌르는 소리가 귀에 이명처럼 들려 직접 모시기로 했다.주위 가족이나 친지들은 청량사에 대해 아주 좋은 평을 늘어 놓으니 연세 때문에 가지 못하신 심정 자식한테 내색하지 않으시지만 얼마나 안타까우실까?역시나 예상대로 청량사 길은 말이 포장길이지 급경사와 좁은 길은 같이 차에 타고 있는 가족 심장 쫄깃하게 만들기 딱 좋았다.원..

특별한 풍경에 평이한 식사_20190322

안동 호반 휴양림에서 곧장 넘어와 봉화에 들릴 심산이었으므로 미리 끼니를 채우기로 하고 청량산 초입에 들렀다.오던 중 고산정에 들릴까 하다 허기를 호소하는 가족에 대한 배려로 급한 불을 끄자는 심산이었는데 막상 도착해서 음식을 먹으려니 영업 중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몇 바퀴 돌다 대문이 열린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 가능 여부를 묻고 자리를 잡았다. 전통 가옥을 살짝 개조한 식당은 출입문부터 특이해 옛날 집을 연상케 했고 내부는 쥔장의 정성이 가득했다.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니라 평은 할 수 없지만 손이 무척이나 많이 탄 인테리어라는 건 금새 알 수 있고, 그런 만큼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써야 이런 작품이 나올까 싶기도 하다. 식당 내부로 들어가기 전, 주변을 살펴 보면 청량산의 특별한 위용을 바라 볼 수 있다..

안동 호반 휴양림_20190322

전날 밤에 안동시내에서 찜닭 메뉴로 저녁을 해결한 뒤 호반 휴양림에 도착해서 혼자 깜깜한 밤중에 호반 인근 산책로를 걸었지만 주변 불빛이 전무한 상태라 이튿날 일찍 일어나 휴양림 내 숙소 부근을 산책했다.전날 내린 비가 대기를 깨끗하게 가꾸어 놓았던지 청명한 봄이 호수 주변에 파릇하게 자라나고, 바람에서 느껴지는 봄 내음은 일상에 찌든 사념을 망각 시키는데 지대한 도움을 줬다. 봄이 올 때 막연히 찾아 오는 설렘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것 마냥 기다림이 즐겁다.단출한 외투 하나 걸치고 산책을 나서게 되면 대지에 젖어 드는 봄 내음으로 세상 모든 만물이 구름 위의 손오공처럼 공중부양의 착각에 빠지더라도 행복 뿐이다.언제나 뒷모습보다 다가오는 기다림이 반가운 건, 조바심으로 가슴 속 인내심이 터지는 꽃망울..

일상_20190320

비가 내리기 전날, 이다지도 화사한 봄 소식이 내리는 비로 주눅들지 않을까 싶어 고개 내밀어 둘러 보다 비마저 봄의 전령사 였음을 알게 되었다.심술난 바람이 사정 없이 흔들어 대지만 초점은 벗어날 지언정 봄 동무들이 반갑게 만난 결속은 바람이 어찌할 수 없다.질투의 심술은 신뢰만 소진시키고, 소유의 욕심은 등 돌린 뒷모습만 비춰질 뿐. 언제 부턴가 동탄에도 매화가 활짝 피었다.전날 미세 먼지에도 아랑곳 않는 매화는 그래서 더욱 화사하게 보인다.

삼척 바다와 산을 품은 공원_20190314

바다는 뭍을 그리워 하고뭍은 바다를 그리워 하여한데 어우러져 만나 자연 내음 가득한 해안을 만들었다.신록이 싹 트는 해안에 서서 쨍한 햇살과 순도 높은 바람 소리를 듣노라면아득한 봄날의 그리움과 기다림 속의 설렘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울진에서 아점을 줍줍하고 7번 국도를 따라 도착한 임원항은 봄의 나른함이 빼곡히 젖어 들어 그냥 자리 깔고 앉아 그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 보더라도 마음 가득 봄이 들어찬 것만 같다.7번 국도의 쉼터에 들러 멀리 보이는 임원항과 그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공원이 이번 목적지라 마음과 달리 한 아름에 쉬지 않고 달려 갔다.근데 멀리서도 선명한 엘리베이터를 보면 역시나 한 위용 하신다. 홍매화라고 했던가?처음 공원이 조성 되던 시기에 차로 들렀던 길을 따라 도착하던 중 발목을 붙잡..

7번 국도 울진 도화 공원까지_20190313

부산에서 출발해서 포항까지 오는데 한참을 걸려 17시반 정도로 늦어버렸다.학교 공직 생활을 하는 야무진 동생을 만나 커피 한 잔 나누는 사이 무심한 시간을 지칠 줄 모르고 흘러 이내 헤어졌고, 7번 국도를 따라 오는 사이 시간은 꽤나 많이 흘러 10시 정도가 되어서야 울진 도화공원에 도착했다.가뜩이나 울진하면 오지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라 이 시각도 한밤 중인 시골 시계를 감안 했을 때 공원은 밝혀 놓은 불이 아니라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텅빈 우주와 같았다.비 내리던 어제와 달리 미세 먼지로 대기가 뿌옇게 흐려 조금은 우려를 했지만 어찌하오리.이따금 텅빈 공원의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가 버리면 공원 전체는 아무런 소리도 전달되지 ..

봄이 오는 소리_20190310

밀려나고 밀어내는 게 아니라 다음을 위해 양보하고 함께 대지를 살찌우는 자연과 계절.아쉬움은 여기까지, 기대와 설렘은 지금부터.모든 계절이 윤택한 축복을 빗방울처럼 골고루 나눠주는 자연의 포용을 누리던 하루.달콤한 늦잠을 잠깐 참으면 좀 더 광활한 계절의 파동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다. 길가에 핀 흔하디 흔한 버드나무의 강아지가 잠시 고개를 돌려 관심의 안경을 쓰자 이런 아름다움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잊혀진 기억을 되살려 준다. 봄의 첨병과도 같은 산수유 꽃망울이 품고 있던 탐스런 노랭이를 한껏 발산시킬 의지를 펼치고 있다. 냉이꽃?한 순간의 화려함 대신 오래, 꾸준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소박함을 선택했다. 하늘 향해 한껏 팔을 벌려 계절의 풍요를 흡수하는 나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석양은 정해진 시간에..

일상_20190309

미세 먼지로 맑음에도 찌뿌둥하던 나날들이 모처럼 안개 걷히듯 화사해진 대기가 반갑다.하늘이 되찾은 제 본연의 빛깔이 반가워 꽃샘 추위도 덩달아 반갑던 주말, 귀한 손님 맞이하러 가는 기분으로 나선다.더불어 연지곤지 찍은 고장의 새색시 마냥 봄기운 젖어든 계절이 향그롭다. 오산천 너머 잿빛 미세 먼지로 본래의 색을 빼앗겼던 하늘이 예의 그 고유한 빛을 되찾았다. 벚꽃 눈망울이 곧 찾아올 절정의 봄을 위해 꽃잎 향연을 준비 중이다. 여전히 빛바랜 갈대는 남아 있지만 신록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자리를 지키다 때가 되면 고스란히 새로운 갈대를 위해 양보하겠지? 한결 같을 거란 하늘이 문명의 이기로 난색을 표하는 날이 빈번해지고 있다.봄이 오는 이 시기에 불청객 같던 꽃샘 추위가 이제는 효자인 양 미세 먼지가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