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뭉치_20250118

사려울 2025. 5. 21. 23:57

말 그대도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뭉치는 어찌나 에너자이저 같은지 잠시도 궁뎅이를 바닥에 붙여 놓지도 않거니와 집주인 격인 코코마저 안방에 격리시킬 만큼 앙칼스럽다.

그런 뭉치가 집에 온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 긴장을 하게 되고, 코코의 쿠션이나 애장품들을 숨겨놓는데 어김없이 영역 표시에 코코를 향한 허장성세는 여전했다.

그래도 녀석은 내게 꽤 호의적이었는데 아마도 한 지붕에 사는 가족을 제외한다면 녀석과 함께 산책을 많이 다닌 보람 아닐까 싶었다.

산책 간다면 녀석도 데리고 가달라고 방방 뛰는데 집이 더 이상 폭파되기 전에 얼른 떠나보내자 녀석도 신이 났었다.

워낙 혈기왕성한 녀석이라 쇼핑백에 담아 현관을 나서자 왠열! 녀석이 거짓말처럼 얌전했다.

차에 타고 떠나기 전에 창문 너머 녀석이 고개를 내밀었는데 잘 가라는 인사와 함께 스담 하자 너무 얌전하게 고개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었다.

뭉치야, 잘 가~

엥간하면 2번 올 거 한 번만 오렴~

안방마님이면서 뭉치로 인해 안방에 갇혀 있어야 되는 코코는 혼자 있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가끔 문을 긁었고, 뭉치가 떠난 뒤 원래대로 방문을 활짝 열어놓자 식탁 의자에 자리를 잡고 한잠이 들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내 집을 내 집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녀석이 불쌍해 다른 날보다 스담을 많이 해 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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