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냥이_20241103

사려울 2024. 11. 18. 21:23

녀석으로 인해 가족들이 모이면 대화가 늘었다.

집 나간 가족들도, 집을 지키는 가족들도 녀석에 대한 대화에서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심지어 녀석을 마음을 얻기 위해 감정팔이까지 하는 가족도 있었다.

녀석은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줄곧 간식과 놀이를 즐긴 가족들에게 마음을 줬고, 뒤늦게 녀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시크한 녀석에게 원망보단 관심 동냥을 바랬다.

오후에 오산 세교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이제는 눈치가 빠른 녀석이 유독 눈앞에 따라다녔다.

외출을 위해 옷을 주섬주섬 입는 동안 녀석은 멀리 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현관이 한눈에 보이는 의자에 앉아 묘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

두 족발을 이렇게 하는 건 뭐냥?

깨물어 달란 거냥?

어엿한 성묘인데도 냥이들은 귀여움과 동시에 묘한 애수로 측은해 보였다.

이게 진정 집사의 콩깍지란 말인가?

쇼파에 앉아 잠시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녀석은 쇼파 발치의 볕이 좋은 곳에 발라당 드러누워 집사들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중이었다.

얼른 다녀올테니 잠시 기다리거라.

외출 중에 녀석이 궁금해 CCTV를 보자 녀석은 그걸 아는지 CCTV를 빤히 쳐다봤다.

순간 뭔가 들킨 것 같아 화들짝 놀랐는데 녀석은 집사의 옷차림이 가벼운 걸 알아차리곤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식사에 뭉치가 따라왔는데 분리불안이 극도로 심한 녀석은 가족들이 번갈아 식사와 돌봄을 교대해야만 했고, 차에 있는 동안 녀석은 엄마를 기다리느라 끙끙거리며 초조함을 숨기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온갖 방법으로 녀석이 반가움을 표현하기 무섭게 진천으로 갈 채비를 하자 녀석은 다시 애절한 눈빛으로 집사를 응시했고, 이 모습을 보는 바람에 떠나야 될 집사는 마음이 천근만근이 되었다.

얼른 한 주가 지나 집으로 돌아올 생각으로 집사는 늘 힘을 내고 어깨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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