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도 왔던 곳 중 하나가 흥원창이라 큰 시험을 앞두고 계획은 했었다.
습관적인 게 개인적으로 자잘한 이슈들이 있거나 부근에 지나는 길이면 어김 없이 들러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거나 아님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마냥 물끄러미 바라 보다 세찬 강바람을 실컷 맞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던 만큼 내게 있어 편한 장소이자 혼자만 알고 있던-착각일지라도- 비밀스런 장소로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자연적인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곳이라 신비감도 있었다.
늘 왔던 곳이 부론 방면에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인데 여기서 바라 보면 자연스럽게 여주 쪽을 볼 수 밖에 없어 처음 올 때부터 건너편에 대한 동경과 더불어 부론 방면에만 맨날 오다 보니 조금은 식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체 없이 차를 몰고 여주 방면으로 건너 갔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고 길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마음 먹은 김에 거칠 것 없이 행했다.
지도에 의지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길을 타고 들어가야 도착하고 강변길이 좋아 거기로 따라 가면 되겠거니 했다간 갑자기 끊어지는 길에 당황하고 포기할 수 있겠더라.
4대강 삽질 이후 일대 지형이 크게 변했다던데 처음이라 알 수 없지만 원래 있던 길이며 명칭들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무작정 차를 타고 들이밀면 낭패도 감수할 상황이라 멀찌감치 차를 세워 놓고 걸어 다녔다.
처음엔 길이 난 곳으로 밀고 들어 갔는데 거기는 진흙탕에 왠만한 차라면 밑둥지가 긁히기 십상인데다 일반 차로 넘을 수 없는 자연 형성된 둔턱도 있어서 땀을 흘려 가며 후진으로 제법 나온 뒤 차가 다닐 일이 없는 안전한 장소에 세워 놓았다.
가던 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라 야생의 너른 갈대밭도 있었고, 삽질 공사가 있기 전 자연 형성된 습지도 있었던 듯 싶다.
작은 호수 같은 게 원래는 강의 일부 였을 텐데-직접 보면 그렇게 유추된다- 대규모 삽질로 강이 홍역을 앓는 과정에서 지형이 바껴 버려 요상한 웅덩이로 변신해 버렸다.
거기를 지나 조금만 걷다 보면 한강이 나오는데 드뎌 처음으로 여주 방면의 두물머리 땅을 밟아 본다.
"이 시설물은 주민의 자금으로 조성된 마을 쉼터이므로 외부인의 무단 사용을 금함"
그래서 만지지도,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세상엔 같은 의미라 할지라도 많은 표현 방법과 우회적인 표현들도 많을 텐데 '무단 사용'의 범주가 어디까지 일까?가 궁금하기 전에 단순히 오신 분들과 지나가는 분들을 위한 배려라 깨끗하게 써주세요.라는 의미로 받아 들이기 힘들 정도의 직선적인 표현이라, 이 뛰어난 경관 앞에 주차를 하는 건 이기심으로 싸잡아 비난 받아 마땅하다 지만 우리 돈으로 만들었으니 너희들은 사용하지마! 라고 선을 긋고 내가 너희꺼 사용 안 할테니 너희도 내꺼 사용하지 마라는 다분히 줏대를 이기심이라는 숟가락으로 밥 말아 쳐 드시는 꼬락서니 같아 손도 대지 않았다.
시골 인심이야 원래 후하고 아무리 지나쳐도 오지랖 그 이상도 아닐 터 인데 근래 다녀 보면 칼만 안 들었다 뿐이지 도둑놈 심보 가진 토착민들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땅을 샀는데 그 땅에 괜찮은 나무를 무단으로 뽑아가 버린다거나 뒷집이 들어와 자기들 경관 가린다고 수십년 자란 나무 베어버리는 건 직접 겪어 봐서 이제 놀랍지도 않고, 소소한 공사라 타지역 업자 부르기도 민망해서 고민하던 찰나 동네 주민이 도와 준답시고 그 고장의 업자를 소개 시켜 줬는데 일은 대충, 단가는 더 들어 가는데다 엉뚱하게 일을 마감해서 결국 서울에 있는 업자 불러 제대로 처리한 건도 있다.
한강은 모든 국민들, 아니 세상 모든 것들의 친구라 한강만 보고 갈테니 더러워서 너희 꺼 안 만질란다.
쓸데 없는 관종병 환자들에게 흥분했네.
여전히 한강은 유유하다 못해 도도하고 넓다.
멋진 기암 절벽과 먼 데 보이는 고가도로는 영동 고속도로다.
조금 고개를 돌리면 부론도 보인다.
늘 저 건너편에서 이쪽 방면을 쳐다 보곤 했는데 이제는 시선을 받던 자리에서 시선을 날리는 처음의 설레임이 느껴진다.
수풀을 헤치고 강으로 내려가 보면 수심을 가늠할 수 없다.
흥원창에서 보는 강의 수심보다 훨씬 깊어 보이는데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
아이폰 줌렌즈로 부론을 당겨 보기도 하고.
여긴 수심이 얕아 보인다.
강바닥엔 부유물이 물이끼처럼 잔뜩 끼인 것처럼 보이는데 강물은 맑은 편이다.
여긴 바람 조차 잠들어 사위가 적막하다.
흔한 강바람도 겨울이 오는 시점에서 먼 길을 왔기 때문에 잠시 쉬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느 강들처럼 강가 산책로에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갈대밭도 있어 셀카봉에 끼워 하이앵글로 찍어야 되는 곳도 있다.
아무도 찾지 않지만 그래서 더 고즈넉하고 걷고 싶어지는 갈대밭 사이로 산책로가 길게 뻗어 있다.
어느 정도 산책을 했다 싶어 차가 있는 곳을 향해 지금까지 걸어 왔던 둘러 가는 길 대신 곧장 언덕배기를 넘는 방법이 있어 가시덤불을 헤치며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드문드문 나 있는 가시덤불 사이를 헤집고 언덕배기를 넘어 가면 차를 세워둔 곳이다.
어차피 모든 게 새롭고 낯설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라 길을 무시하고 걸어가면 될 터.
허나 그게 오산이었다.
언덕배기에 오르기까지 했지만 문제는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차를 세워 놓은 곳은 상당히 비탈진 내리막을 내려가야 되고, 삽질 사업 때문인지 언덕배기 자체가 거대한 모래와 자갈을 쌓아둔 곳이라 잘못 내려가면 무른 땅의 특성상 바로 굴러 버릴 위험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저기로 가는 평탄하거나 단단한 길을 찾으러 언덕을 오르는데...
엉뚱하게도 언덕의 꼭대기로 가버렸다.
여긴 보기와 다르게 전부 가시덤불이라 옷 여기저기에 흔적들이 남기 시작했고, 더 큰 문제는 길이 전혀 없다는 것.
하는 수 없이 덤불을 헤치고 반대 방향인 한강 쪽으로 건너가자 계단식으로 흙과 자갈을 쌓아 둔 흔적들이 보여 하는 수 없이 거기로 내려 오며 몇 번을 구를 뻔 했다.
이 겨울에 민들레가 낙엽을 뚫고 꿋꿋하게 자랐다.
참 신기한게 겨울에 민들레를 보고 있노라니 계절에 굴복하지 않는 억척스레 강인한 자연의 또 다른 이면 같다.
천신만고 끝에 한강이 가까운 곳으로 내려와 언덕배기를 탈출, 원래 대로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돌아가는 수 밖에.
늘 가던 흥원창에서 바라만 보던 여주 방면 남한강은 언제나 인적이 찾기 어려울 만큼 눈 앞의 오지나 다름 없었다.
방향만 생각하며 갔다간 끊어진 길을 직면하게 되고, 그래서 예전부터 여주를 오게 되면 이 길이, 이 자리가 궁금했었다.
이참에 짧지만 가파른 고갯길을 지나 당도, 늘 바라 보기만 했던 작은 마을을 지나 남한강에 도착했다.
두서 없이 찍혀 있는 사진들은 시간의 흔적에 대한 순서지만 그 사연을 나만 알 수 밖에.
밟히는 것보다 가슴에 묻어 두는게 더 구구절절할 때가 있는 벱이지.
작은 언덕이라 무시했다간 단단히 혼줄 나곤 땀 범벅이 된 채 등을 돌렸지만 여전히 남한강은 유유하다.
시험 치르고 바로 떠나온 여행이라 그런지 기분은 깃털 같고, 살랑이는 바람결은 미풍 같다.
아차. 지도 보고 찾다간 낭패 본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추의 잔해_20181206 (0) | 2019.07.28 |
---|---|
일상_20181206 (0) | 2019.07.28 |
아주 오래된 추억, 부론장_20181201 (0) | 2019.07.27 |
이번엔 과거길_20181130 (0) | 2019.07.27 |
오로지 학업 매진_20181124 (0) | 2019.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