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암정
삼척 심씨의 시조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제자를 가르치며 생활할 때 지은 정자로 고려 공민왕 10년(1361)에 처음 짓고, 조선 중종 25년(1530)에 심언광이 다시 지었다.
심동로는 어려서부터 글을 잘하였는데, 고려말의 혼란한 상태를 바로잡으려 노력하다가 권력을 잡고 있던 간신배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하였다. 왕은 그를 말렸으나 노인이 동쪽으로 간다는 뜻의 '동로(東老)'라는 이름을 내리면서 결국 허락하였다.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다. 앞면을 제외한 3면은 모두 4척 정도의 높이까지 벽을 만들고 모두 개방하였다.
이곳에는 송시열이 덕원으로 유배되어 가는 도중 들러 남긴 '초합운심경전사(草合雲深逕轉斜)'라는 글이 남아 있다.
[출처] 위키백과
무심하게 뿌려놓은 기암에 기대어 인간은 상상을, 기암은 추임새를 넣어 협주한다.
야생마처럼 망망대해를 질주하던 바람조차 주체할 수 없는 번뜩임이 비로소 숙연해지는 어울림에 달디단 포용의 종착지에서 쉬어간다.
동해 바닷가에 몇 개의 촛대바위가 있는데 그중 동해와 삼척 경계의 추암 촛대바위를 찾았다.
행정구역상 동해시에 해당되지만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삼척시와 가까웠다.
촛대바위를 가기 위해서 해암정이라는 너른 잔디밭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정자로 사실 해암정 하나만 놓고 본다면 지나치게 초라하다 못해 시선도 사치다.
다만 바다와 함께 보기 전까지는...
해암정의 진면목은 바로 바다와 만나는 곳에 거짓말처럼 서식하는 기암 덕분이다.
비록 바위지만 마치 생명이 깃들어 꿈틀거리고 호흡하는 것만 같다.
넓고 매끈한 해안선과 달리 촛대바위 일대 바위는 조물주가 백두대간의 바위를 옮겨다 놓은 걸까?
아니면 지구가 뜨겁던 시대에 바위들도 살아있는 생명 중 하나였을까?
촛대바위로 가는 길은 꽤 가깝다.
단지 가는 길 도중에 촛대바위가 있긴 할까 싶은 의문이 들 정도로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능파대는 공사 중이란 푯말 따라 바위로 난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탁 트인 바다와 함께 불현듯 촛대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추암 촛대바위는 동해의 수많은 기암괴석 중 하나지만 국가 기밀시설로 인해 비교적 최근에 알려졌다.
추암촛대바위
동해시의 명소 추암 촛대바위는 수중의 기암 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촛대바위와 함께 어울려 빚어내는 비경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장소다. 촛대처럼 생긴 기이하고 절묘한 모습의 바위가 무리를 이루며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촛대바위와 주변 기암괴석군을 둘러싼 바다는 수시로 그 모습을 바꾼다. 파도 거친 날에는 흰거품에 가려지며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닮기도 하고 파도 잔잔한 날에는 깊은 호수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곳 해돋이는 워낙 유명해 많은 여행객들과 사진작가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우암 송시열도 이곳을 둘러보고는 발길을 떼지 못했다는 말이 전해지는 곳이다. 촛대바위, 형제바위의 일출은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도 자주 나온 곳이다. * 촛대바위의 전설 옛날에 한 어부가 살았는데, 그 어부에게는 정실이 있었다고 한다. 그 정실이 얼굴이 밉상이었는지, 마음이 고약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부는 첩을 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첩이 천하일색이라, 정실의 시기를 사고 말았고, 밥만 먹으면 처첩이 서로 아웅다웅 싸우는데, 종래는 하늘도 그 꼴을 보지 못하고, 그 두 여인을 데리고 갔단다. 그러자 홀로 남은 어부는 하늘로 가버린 두 여인을 그리며 그 바닷가 그 자리에 하염없이 서 있다가 망부석처럼 바위가 되었는데, 그 바위가 지금의 촛대바위라고 한다고 한다. 지금의 촛대바위 자리에 원래는 돌기둥이 세 개가 있었다. 그런데 작은 기둥 2개가 벼락을 맞아서 부러졌는데, 그것을 두고 민가에서 야담으로 꾸민 이야기가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라고 한다.
[출처] 추암 촛대바위 –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동해와 삼척에 나란히 서 있는 촛대바위는 망망대해 동해를 향해 아리랑 곡조를 연상케 하는 갈망의 한이 맺힌 형상이다.
억겁 동안 그 어떤 훼방에도 굴하지 않고 버텨낸 인내의 징표인 양 위태로운 옷을 입고 매서운 바다의 절망 속에서 꽃처럼 환히 피어 있다.
거친 동해 파도의 예봉을 발치에 두고 허공 동풍에 가슴 켜켜이 쌓인 문명의 싸늘한 해악을 털어 내는 기분은 쾌감이란 단어를 뛰어넘는 감각적인 통찰이 필요한 순간, 공포의 경계에서 희열과 마주한다.
주차장 첫 갈림길에서 두 갈래, 추암 촛대바위와 해암정이 있는 방면이 아닌 반대쪽 언덕으로 향하면 바다절벽과 출렁다리가 있다.
출렁다리 일부 구간은 크리스털이 아닌 굵은 그물망으로 되어 있는데 그 아래 세찬 파도가 연신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삼키려 한다.
근래 들어 각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처럼 출렁다리를 도입하고 있어 여정은 점점 즐거워진다.
출렁다리를 지나 바로 옆 언덕배기를 매끈하게 다듬은 공원으로 넘어왔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여러 작품도 비치해 놓았다.
그걸 구경하느라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네.
공원 내부를 돌고 돌아 충분히 구경한 뒤 벗어날 무렵 위풍당당 냥이 한 녀석이 옆을 지나는데 이 구역 대장냥 같다.
포스 장난 아닌 데다 전혀 경계하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내가 말이지, 이 구역 대장 냥이래요!'
마지막 저녁 식사, 북평 민속시장통에 들어가 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돌아가는데 눈에 띄는 광장이 있어 잠시 둘러보던 중 냥 가족을 만났다.
어미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 냥이 흥겹게 뛰어놀던 장면이라 주차된 곳과 거리가 가까웠다면 츄르라도 줄 수 있었을 텐데 괜히 미안한 마음에 잠깐의 행복을 깨지 않기 위해 이내 자리를 벗어났다.
정말 정신없이 여정에 취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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