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포근한 적막, 우포생태촌_20211024

사려울 2023. 2. 6. 02:37

무거운 적막은 내게 있어 평온이요, 이따금 허공을 가르는 차량의 질주는 낯선 길을 함께 하는 친구 같다.
가느다란 불빛 한 줄기조차 없는 생태공원의 암흑 속에서도 생명의 미묘한 파동은 도시에서의 위협적인 곁가지와 달리 미약한 등불 마냥 냉혹한 계절과 문명의 역습에 움츠러 신음하는 마지막 희망의 몸부림이다.
생태촌 앞에서 나지막한 냥이 울음소리에 반사적으로 다가서 한 움큼 밥을 내밀자 어린 냥 둘이 다가와 허기와 경계 사이에서 잠시 갈등을 하더니 결국 생존의 본능에 어쩔 도리 없이 발치 앞에서 다급히 식사한다.
동이 트고 세상의 역동이 눈을 뜨자 햇살이 부서지는 대지가 삶을 노래하는 곳, 우포에서 가을바람에 이끌린다.

합천에서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대구에서 큰누님을 모셔드릴 겸 죽전 부근 일식집에서 식사를 끝내고 밤 어스름 사이로 우포에 도착했다.

우포를 찾은 건 거의 1년 만인데 가족님들은 우포가 처음이란다.

숙소 앞에서 만난 어린 냥 둘.

내민 밥을 맛나게 해치우고 암흑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둘이 가족인지 다음 날 함께 붙어 자던 녀석들이다.

 

 

멋진 숙박 시설, 우포생태촌_20201118

겨울 낮이 짧긴 해서 가뜩이나 밤이 일찍 젖어드는 시골은 더더욱 암흑 천지가 되어 이른 저녁임에도 한밤 같다. 특히나 우포생태촌을 이용하는 건 우리 뿐이라 일찌감치 진공 상태 마냥 바람에

meta-roid.tistory.com

 

 

인사말 | 창녕군 우포생태촌

1억 4천만년 태고의 신비를 머금은 우포늪! 우포생태촌은 국내 최대의 자연 늪인 우포늪 인근에 위치하여 태고의 신비스러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3개의 초가 객실과 12개의 너

upovill.cng.go.kr

바로 옆 우포늪을 재현해 놓은 공원은 한 톨 빛도 없고, 한편 자판기가 발산하는 미약한 빛이 상대적으로 화려해 보였다.

밤산책의 묘한 매력을 느끼고자 암흑 자욱한 생태체험장 내 인공늪을 밝은 랜턴 하나에 의지하여 둘러본 뒤 숙소인 우포생태촌으로 돌아왔다.

우리만 홀로 이 넓은 생태촌을 지키고 있었지만 시간이 더욱 깊을 무렵 여성 두 분이 옆 방에 합류하여 밤이 깊도록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생태촌에서 가장 작은 방으로 꽤나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황토와 한지 특유의 친근한 질감과 그로 인한 안락한 분위기를 무기로 내부 공기도, 인테리어도 훈훈했다.

이튿날 날이 밝아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기 전 숙소 바로 옆에 작은 늪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우포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이와 같이 작은 늪을 재현시켜 놓았다.

따갑기보단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넘치는 우포에서 경쾌한 발걸음을 이끌고 우포 여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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