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영혼의 우산, 느티나무_20200616

사려울 2022. 9. 22. 03:17

촌의 농번기엔 잠시 쉴 틈이 없고, 휴식은 사치로 여긴단다.
양파를 수확하고 이내 모심기에 분주한 들판.
신록과 땀방울이 모여 들판은 풍성해지고, 밥상은 화려해진다.
편집이 귀찮기도 하고, 편집하지 않아도 빛은 잠자고 있던 고유 색감에 싹을 틔운 뒤 적절한 추수를 한다.

몇 년 전 공중파를 타고 유명세의 반열에 오른 느티나무는 타는 듯한 대낮에 농심의 그루터기와도 같은 존재다.

또한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멀찍이 차를 세우고 걸어와 느긋하게 자리를 잡아 카메라 시뮬레이션 모드를 바꿔가며 사진에 담는다.

자리를 바꿔서 몇 장 담은 뒤 나무 그늘 아래서 쉴 때 품앗이로 일하시던 어른 한 분이 옆에서 쉬신다.

어디 사시는지 말씀을 묻자 성주에서 오셨다며, 마당에서 키운 개복숭을 건네신다.

한 입 베어 물자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가조 온천을 다음 목적지로 잡은 터라 인사드리고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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