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 7

남한강 물결처럼 단양에서 느리게 걷다_20191212

전날 퇴근과 함께 서두른다고 했음에도 밤늦게 소선암 휴양림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휴양관에 들어서자 미리 지펴 놓은 보일러 훈기가 긴장을 녹였고, 이튿날 오전 느지막이 숙소를 나서 미리 예정했던 단양 잔도 길에 다다랐다. 스카이워크를 먼저 둘러볼까 하다 기습적인 추위로 텅 비다시피 했던 잔도 길로 접어들었고, 역시나 잔도 길은 사람들의 출입이 거의 없어 '느리게 걷기'라는 모토에 발맞춰 아주 천천히 걸으며 남한강 위를 공중 부양하는 기분을 느끼려 했다. 잔도 길에 도착하자 남한강가 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뱀처럼 구불구불 뻗어가는 길이 보였고, 절벽 너머 산언저리엔 잔도 길과 경합을 벌이던 스카이워크가 한눈에 보였다. 잔도 길은 단양읍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걷다가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은 단양 주민들처럼 보..

겨울 마법으로의 초대, 겨울 왕국2_20191210

일찍 퇴근하는 날에 맞춰 종종 들리게 되는 상영관도 근래 발길을 끊은 만큼 귀찮아졌다. 그러다 올해 마지막 달을 맞이하야 각종 영화 상영권을 끄집어내어 정리해 본 결과 올해까지 유효한 쿠폰이 비교적 많았고, 그걸 빌미로 예전 동탄스타CGV 였던 메가박스로 총총히 향했다. 조금 촉박하게 가지 않으면 상영 시각이 늦어질 거 같아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보자 메타폴리스가 한 위용을 자랑하고 계신다. CGV 무료 관람권도 꽤나 많았지만 오늘 선택한 영화는 개봉한지 2주 정도 지나 이제는 열기가 한풀 꺾인 겨울왕국2로 메가박스 시각이 안성맞춤이라 조금 더 걷게 되는 귀찮음을 물리치고 설레는 마음 안고 열심히 걸어 겨우 시각을 맞출 수 있었다. 형 만한 아우가 없는 건 대부분 통하는-완전히 통하..

시간이 지나 깨닫게 된 위대한 가수_20191205

mp3파일로 음악을 구매하다 가끔 음반을 현질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만큼은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질러 버렸다. 80년대 가창력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윤시내. 90년대 락의 붐에서 재조명된 많은 가수/그룹과 그 이면에서 제대로 된 음반만 남기고 잊혀지고 사라져 버린 버린 그룹 바람꽃. 한 시대를 풍미한 그룹 오아시스. 어릴 적 윤시내는 늘 산발 헤어스탈에 걸걸한 창법, 카메라 앞에서 거의 웃질 않아 '노래는 잘하지만 무섭고, 이해할 수 없는 패셔니스타'였다. 그래서 연말이면 방송사에서 단골처럼 시끌벅적 대던 올해의 가수 시상에 윤시내가 스팟라이트를 받는 순간 내 머리는 도저히 이해 불가였다. 노래를 잘 모르는 어린 눈에 친근하고 마음씨 좋아 보이던 가수가 아닌 기괴한 가수가 대..

입맛의 추억_20191129

집으로 가는 길이 살짝 낯설게 느껴질 만큼 이번 여정이 근래 들어 길고 여유롭긴 했다. 이쯤 되면 여독이 조금 쌓여 음식을 해 먹는 게 조금 귀찮아지면서도 먼 길을 가야 뎅께로 에너지는 보충해야 되고, 때마침 가는 길목을 전주가 든든히 지키고 있어 참새가 방앗간을 걍 지나칠 수 없는 벱! 10월 중에 방문했던 매콤 달싹 등갈비 집으로 향했다. (음식으로 마법을 부리는 전주 사람들_20191009) 순천완주 고속도로 동전주 IC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찾아가기도 수월했다.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에 전부 말을 잃었다. 전골냄비 아래 불꽃이 춤을 추자 매콤한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히고, 뒤이어 대파의 톡 쏘는 듯한 특유의 향이 동반되면서 먹기 전의 상상력도 덩달아 춤을 췄다. 전체적으로 열기가 ..

짧은 시간 정든 것들과의 이별_20191129

구례에서의 2박 3일, 아니 25일부터 29일에 이르는 올 들어 가장 긴 여정의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떠나면서 새롭게 정을 맺었던 많은 것들과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구례에 도착할 때부터 따라온 미세 먼지로 인한 뿌연 대기는 아쉽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여행지의 멋진 전경과 생명들은 반가웠고,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의 인연일지라도 정이 깃들어 시원 섭섭한 여운은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인가 보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느긋하게 떠날 채비를 하며 그간 암흑과 추위를 피하며 편안하게 잠자리를 제공해 준 이 공간이 못내 아쉬워 밖을 나와 가까이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평화로운 전경과 그에 어울리지 않은 공사로 인한 소음은 짧지만 정이 들었다고 제법 익숙해졌다. 다만 숲속 수목가..

구례 맛집을 찾아서_20191128

구례를 찾기 전, 구례가 고향인 동료로 부터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어머니께서 식당을 직접 운영 하시지만 구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당과 드라이브 코스, 명소 등을 소개해 줬는데 일정상 대부분 건너 뛰고 몇 군데만 탐방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닭구이로 유명한 집과 다슬기 요리 집이었다.화엄사를 둘러 보고 출발할 무렵은 오후3시 조금 안 된 즈음이라 이른 아침 식사 이후 커피 외엔 아무 것도 먹질 않아 뱃가죽이 등판에 달라 붙기 일보 직전이었고, 때마침 지리산자락 바로 아래 가장 기대가 컸던 닭구이 집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루 휴무란다.산수유마을에서 자라는 산수유 나무는 우리가 흔히 가로수로 보던 산수유와 차원이 틀렸다.나무 밑둥치 굵기와 굴곡을 보면 몇 갑절 더 연세가 드신 나무 티가 팍팍 났고,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