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 6

여명_20170905

자연이 펼치는 상상력의 나래는 대체 어디까지 그 촉수를 뻗칠까?전날과 비슷한 시간에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고 전혀 다른 형태의 노을 자욱을 휘저으며 더욱 강렬한 화염 자욱을 멋대로 그려 놓는 것 같아도 수십 년 동안 짜놓은 문명의 치밀함을 비웃듯 하늘이라는 종이에 일몰의 물감을 풀어 노을의 수를 정교하게 새겨 놓는다.일상이 되어 버린 흠잡기 습관이 부끄러울 만큼 포근한 다독임에 숙연해져 전날과 같이 넋을 빼앗긴 내 사념은 알알이 들어와 박혀 도저히 뺄 수 없을 것만 같던 비난의 찌든 때를 탈피하고 개운한 수면 뒤의 가뿐한 설렘의 자세로 여전히 가을을 기다린다.일 년 만에 만나 생소할 법도 한 가을이 마치 시종일관 내 삶의 곁에서 지켜봐 준 친구 같다.

여명_20170904

가을도 오고, 하루의 시간도 오는 이른 새벽녘에 창 너머 일출이 뿌려 놓은 노을의 찬란함을 넋 놓고 바라 보다 멍한 정신을 털고 카메라로 경이로움을 낚아 챘다.자연이 그려 놓은 한 편의 이 장엄한 그림은 일장춘몽처럼 한 순간 흩어져 버릴 새라 바삐 담았는데 바라보는 내내 바람이 실어온 가을 내음의 향연에 취해 그토록 기다리던 가을의 상상으로 행복감에 젖은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암흑의 도화지에 보드라운 붓을 살랑이며 희망을 그려 놓는다.

가을과 여름 사이에, 조령산_20170902

전날 긴 동선을 그리느라 피로도가 꽤나 누적 되었는지 해가 높이 뜰 무렵 느지막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때우고 통나무집을 나섰다.명색이 조령산 휴양림에 왔는데 숲과 조령관 공기는 허파에 좀 챙겨 넣어야 되지 않겠는가.여기 온 이유 중 하나도 오래 걷기 힘든 오마니 배려 차원인 만큼 산책하기 수월하고 그참에 조령관까지 가는 방법도 가장 쉬우면서도 걷는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산책로를 걷기 시작하자 기대감이 산속의 물 이상으로 철철 넘쳐 여기저기서 사진 찍느라 여념 없다.그도 그럴게 우거진 숲과 더불어 이른 가을 바람이 걷는 내내 숲속의 향그러운 내음을 실어 주는 데다 이따금씩 뛰쳐 나오는 다람쥐와 새들이 촐싹거리며 응원해 주는 것처럼 보여 년중 내내 도시 생활에..

낯설던 예천과 친해지다_20170901

애시당초 가족 여행이라고 계획했던 조령산 일대가 누님 식구의 권유로 예천을 들리잔다.예천은 몇 번 지나 다니긴 했어도 들린 적은 한 번도 없고 한반도 지형의 회룡포 정도만 아는 정도로 지식이나 지인이 전혀 없는 상태라 철저하게 네비에 의존해 기대감만 챙겨 떠났다.점심은 누님 식구가 지난번에 들렀던 예천 변두리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초간편식 아침으로 때우고 서둘러 출발했다.왜냐하면 경북도청 신청사, 효자면 한천 골짜기, 예천 일대를 둘러 보는 광범위한 계획을 잡아서 동선이 꽤나 길고 처음부터 하루는 이 일대를 다니기로 계획했기 때문이었다.물론 내 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예천나들목과 가까운 이 외갓진 곳에 꽤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하나를 찾아간다고 제법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옆에는 마치 펜션과 같은..

귀여운 철마, 문경 레일 바이크_20170831

이미 보름 훨씬 전에 잡아 놓은 가족 여행에서 누님의 추천으로 문경 레일바이크를 첫 통과 의례로 잡았다. 일찍 출발한다고 했건만 시간은 훌쩍 지나 점심을 넘어 섰고 시간을 아낀답시고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는 사이 지나치게 털어버린 이빨 세례들로 오후2시!레일바이크는 5시까지 도착해야 되는데?부리나케 서둘러 순조롭게 출발했고 나는 카니발 뒷좌석에 큰 대자로 뻗어 모자란 잠을 잤다.근데 운전 중인 누님과 대화를 나누던 가족들이 너무 심하게 이빨을 털었는지 안성분기점에서 음성 방면으로 빠지는 길을 놓쳐 안성나들목까지 가버렸다.그 이후 난 잠에 빠져 들어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일어났고 다행히 4시에 문경 구랑리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구랑리역은 레일바이크를 위해 만들어 놓은 역으로 평일 오후라 이용객은 거의 없어..

일상_20170831

8월의 마지막 날,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로 아침 저녁으로 스원~하고 낮엔 햇살이 상당히 따갑다. 이른 아침에 아파트 산책 중 화단에서 뭔가 엥엥 거리며 분주히 허공을 날아 다니는 벌 한 녀석이 눈에 띄여 급한대로 폰에 담아 두려고 가까이 다가가자 위협을 느끼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위를 쉴 새 없이 날아 다닌다.쪼그려 앉아 가만히 있자 경계를 풀지 않고 원래 하던 꽃의 꿀을 채취하는데 오래 지체하는 법 없이 금새 이꽃 저꽃을 날아 다닌다. 이 때다 싶어 셔텨를 누르는 순간 금새 다른 곳으로 날아 다니길 몇 차례, 찍어 놓은 사진은 많은데 제대로 건질 만한 게 그나마 이거 한 장 정도.그 마저 핀이 맞지 않구먼. 아주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도 경계를 안 풀고 셔터를 누르는 사이 잽싸게 다른 곳..